최근 대한민국이 193개 유엔 회원국 모두와 외교 관계를 맺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2월 쿠바와의 수교에 이어, 최근 시리아와의 외교 관계 수립까지 성사시키며 국제 사회에서의 외교 지평을 넓혔다. 이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이 어떻게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시리아와의 수교는 ‘외교 첩보극’을 방불케 하는 극적인 과정을 거쳤으며,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이러한 외교적 성과를 ‘외교 지형에서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는 극적인 순간’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시리아와의 수교는 2025년 4월 10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극비 방단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는 시리아의 격변하는 정치 상황 속에서 절묘하게 포착된 기회를 활용한 결과다. 시리아에서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 이후 54년간 이어진 바샤르 알아사드 부자 세습 독재 정권이 막을 내리고, 이슬람주의 반군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과도정부를 이끌게 되었다. HTS는 지난해 12월 초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며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이끌었고, 이는 한때 북한과 수교 관계를 맺고 있던 시리아와의 외교 관계 수립을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조 장관은 이를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듯, 어렵게 마련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시리아를 방문했다”고 언급하며, 이 성과를 ‘끝내기 홈런’에 비유했다.
이번 시리아와의 수교는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북한은 주요 해외 공작 거점 중 하나였던 시리아와의 관계 단절로 인해 외교적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알아사드 정권 붕괴 당시 북한 대사관이 서둘러 철수하는 모습은 이러한 상황을 방증한다. 한편, 시리아 세습 독재 정권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독재 체제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로 지적된다. 겉보기에는 안정적인 듯 보이지만, 내부 여론을 차단하고 억압을 지속할 경우 예측 불가능한 시점에 급격히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중동 정세의 급변,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발발과 그에 따른 이란 및 러시아의 영향력 약화는 시리아 정부군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게 만든 주요 요인이었다.
시리아 정권의 몰락과 같은 독재 체제의 붕괴는 북한에게도 실존적 불안감을 안겨줄 수 있는 사례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 동맹에 생존을 의지하고 있으며, 시리아 역시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최근 미국과 러시아 간의 관계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북한은 앞으로의 외교적 행보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새로운 시리아 과도정부를 이끄는 아흐메드 알샤라 대통령은 전쟁으로 붕괴된 경제와 국가 제도를 복구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는 최악의 경제 상황에 놓인 시리아에게 새로운 희망이 필요한 시점임을 시사한다.
시리아는 한국의 경제 성장 경험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발전 모델을 배우기 위한 실무 대표단 파견 의사를 밝혔다. 이는 한국이 많은 중동 국가에서 아시아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시장 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룬 사례로 주목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 가치를 중시하는 중동 이슬람 국가들은 사회주의나 서구식 자유주의 모델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발전한 한국의 경험은 새로운 시리아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과 확신을 줄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번 외교적 성과를 발판 삼아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