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는 민주주의 회복에 힘입어 경제 심리, 주식 시장, 성장률 등에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지급은 침체된 소비를 진작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수위 기간 없이 출범한 새 정부의 지난 두 달간의 위기관리 능력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미국 경제가 겪었던 위기 상황과 그 대응 방식을 통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미국은 -2.2%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며 1950년 이래 금융위기 충격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권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미국 구조 계획법’에 서명하고, 2021년 미국 GDP의 8%에 달하는 1.9조 달러의 경기 부양 예산을 요청했다. 당시 이 추경안은 “전례 없는 위기에 대한 전례 없는 대응”이라는 제목으로 통과되었으며, 그 결과 2021년 2분기부터 코로나19 충격으로 하락했던 소비 지출은 완전히 회복되었고 장기 추세를 초과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소비 지출의 완전한 회복은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 연평균 3.6%의 성장률 달성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는 2000년 이후 역대 정부 중 최고 기록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전례 없는 대응’이 미래 세대에 재정 부담을 전가하고 소비 부양 효과가 제한적인 ‘퍼주기’ 또는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높은 성장률은 정부 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도 기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21년 1분기까지 121.4%까지 증가했던 미국 정부 채무는 추경 집행 이후 빠른 경기 회복과 GDP 증가에 힘입어 2023년 1분기까지 109.5%로 하락했다. 또한, 가계 구제 지원 덕분에 가계 부채 역시 2019년 말 74.6%에서 2023년 3월 73.2%로 오히려 감소하며 소비 부양, 경제 성장, 정부 및 가계 부채 안정이라는 네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한국의 경우 2020년 전국민 재난 지원금으로 14.2조 원(GDP 대비 0.7%)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해 가계 소비 지출은 GDP 대비 3.9%에 해당하는 79조 3394억 원이나 감소했다.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2023년에는 소비 지출 하락폭이 4.0%까지 확대되었으며, 이는 가계 대출, 자영업자 대출,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이 각각 약 2배, 4배, 5배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가계의 실질 가처분 소득은 2020년 수준으로, 실질 소비 지출은 2016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코로나19 이전 미국보다 앞섰던 성장률은 충격 이후 미국에 뒤처졌으며, 정부 채무는 2019년 말 GDP 대비 35.4%에서 2023년 말 46.9%로 증가했고, 가계 부채 역시 2019년 말 89.6%에서 2023년 9월 99.2%까지 급증했다. 재정 부담을 내세워 고통을 가계에 전가한 결과, 내수 침체, 성장 둔화, 가계 및 정부 재정 악화라는 ‘전례 없는’ 4중고를 겪고 있으며,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3년간의 ‘경제 전염병’ 확산은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 상실로 인한 ‘자발적’ 경제 생태계 붕괴 상황을 야기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충격보다 더 심각한 국면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출범한 현 정부는 민생 회복과 성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경제는 ‘제2 IMF’로 비유될 정도의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위기를 잘 관리하고 이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는 능력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인수위 기간에 해당하는 지난 두 달간 보여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시장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소비 심리 지수가 빠르게 회복하며 34개월 지속된 부정적 경제 심리가 긍정적으로 전환되었고,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동안 지난해 1분기 GDP 수준에 미달했던 성장률은 올해 2분기에 드디어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가계 소비가 2분기 성장률 0.6% 중 0.2% 포인트를 끌어올리는 등 2분기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이전 1년(4분기)의 -0.2% 포인트에서 플러스(+) 0.3% 포인트로 급반등하며 현 정부 출범 이후 주식 시장의 빠른 반응을 이끌었다. 이는 민주주의 회복과 정부의 위기관리 역량이 결합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제는 심리 개선을 넘어 실물 경제의 방향을 확실히 전환시켜야 할 시점이다. 실물 경제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 심리 개선은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실물 경제 개선을 위해서는 가계에 대한 구제 및 지원을 통해 가계 소득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제도적, 구조적 강화에 앞서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단기 대책으로 ‘소비 쿠폰’으로 불리는 ‘민생 지원금’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12.1조 원의 민생지원금은 1분기 가계 지출 부족분 36조 4099억 원에 비교하면 1/3 규모에 불과하며, 연간 가계 소비 부족분 145조 6395억 원을 고려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각 부처에 추가적인 소비 진작 프로그램 준비를 당부한 배경이다.
더불어 서민과 중산층의 생계를 위해 식음료와 에너지 등 생활 물가 안정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2020년 대비 지난달(6월)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6.3% 상승했으나, 식료품 및 에너지 물가는 27.3%나 올라 고물가가 서민과 중산층의 실질 소득에 훨씬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 정부가 서민들이 체감하는 밥상 물가와 에너지 비용 등 생활 물가 안정을 위해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이러한 물가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의 경우 소득 계층별 물가 상승률을 조사하여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높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소비 쿠폰은 단기적인 ‘산소 호흡기’ 역할을 할 뿐 재정 부담으로 지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급한 불을 끄고 난 이후에는 재정 부담이 없는 정기적인 사회 소득(임금) 지급의 제도화, 즉 정기적인 민생 지원금 지급이 민생 회복의 충분조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