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사회 전반에 걸쳐 혁신을 가져오고 있지만, 동시에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디지털 성범죄라는 새로운 유형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넘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짜 콘텐츠를 통해 피해자에게 깊은 정신적 고통을 안기는 심각한 범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10대와 20대 피해자들의 경우, 그 충격과 고통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피해자 지원 시스템 구축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디지털 성범죄 근절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해왔다. 2017년 범정부 합동으로 ‘디지털성범죄 근절대책’을 수립하며 피해자 지원 체계 마련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어 2018년 4월,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를 최초로 개소하며 전문적인 지원의 기틀을 마련했다. 2020년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음란물에 대한 별도의 처벌 규정 마련을 위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도 이루어졌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4개의 지원센터와 14개의 특화상담소가 올해까지 전국적으로 구축되어, 공적 서비스 전달체계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디성센터는 개소 6년 차를 맞이하며 명실상부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센터를 이용한 피해자는 1년간 약 9,000명에 달하며, 약 24만여 건 이상의 삭제 지원이 이루어졌다. 이는 수천만원의 비용을 호가하는 디지털 장의사가 성행하는 현실 속에서, 국가가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지표다. 센터를 이용하는 피해자들은 여전히 무료 서비스 제공 여부를 되묻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사회에 더 깊이 각인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디성센터는 딥페이크를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 초기상담 및 피해 촬영물 확보부터 삭제 지원, 그리고 맞춤형 통합 지원까지 단계별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단계에서는 상담원과의 초기 상담을 통해 접수를 진행하며, 삭제 지원을 위한 ‘피해 촬영물 원본’ 또는 ‘유포된 사이트의 URL’을 확보한다. 딥페이크의 경우, 합성 편집된 최종 결과물이 원본으로 간주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는 극심한 불안감을 완화하고 안정감을 제공하기 위한 위기 상담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피해자의 구체적인 서비스 이용 욕구를 파악하고 맞춤형 지원 계획을 수립한다. 경찰 신고가 이미 이루어진 경우, 수사기관과의 시스템 연동을 통해 센터에 별도로 피해 촬영물을 제출할 필요가 없다. 경찰 신고를 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모든 서비스는 동일하게 제공된다.
2단계에서는 유포 여부 모니터링 및 삭제 지원이 이루어진다. 아직 유포되지 않은 촬영물에 대해서는 온라인상에서의 유포 여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이미 유포된 경우에는 적극적인 삭제 작업을 진행한다. 삭제가 완료된 후에는 삭제 결과 보고서 열람도 가능하다. 삭제 지원은 국내와 해외 유포 상황을 구분하여 단계별로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3단계에서는 지자체 지원센터나 특화상담소와의 연계를 통해 맞춤형 통합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는 경찰서 방문 동행, 고소장 작성 지원 등 수사 지원, 무료 법률 서비스 연계 및 재판 모니터링 등 법률 지원, 그리고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한 병원 진료 및 치료 등 의료 지원이 포함된다. 더 나아가, 지자체 지원센터 및 특화상담소에서 직접 운영하는 치유·회복 프로그램과 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제도를 활용한 경제 지원까지, 다방면에 걸친 포괄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
딥페이크를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겪는 것은 당사자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피해자 지원기관의 전문적인 상담과 통합적인 지원 시스템을 통해 일상을 회복하고 심리적 안정을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디성센터는 앞으로도 피해자를 최우선으로 삼아, 그들의 일상 회복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피해 발생 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02-735-8994)로 지원 요청이 가능하며, 센터의 상담은 365일 연중무휴로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서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