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개인의 이동성과 국경 간 접근성을 나타내는 지표 또한 새로운 맥락에서 조명받고 있다. 최근 헨리 여권지수가 발표한 20년 만의 첫 주요 순위 변동은 이러한 변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2014년 세계 1위의 위상을 자랑했던 미국 여권이 이번 발표에서 말레이시아와 함께 공동 12위로 떨어진 것은, 단순한 지리적 이동의 자유를 넘어선 ‘글로벌 시민권’의 가치와 위상에 대한 산업적,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킨다.
헨리 여권지수는 2006년부터 시행되어 온 대표적인 여권 파워 지수로서, 각국 여권 소지자가 무비자 또는 도착 비자로 방문할 수 있는 목적지의 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이번 발표에서 미국 여권이 227개 목적지 중 12위로 하락한 것은, 그동안 당연시되었던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과 이동 자유의 상대적 변화를 시사한다. 이는 개별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역량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회와의 연대 및 협력 강도 또한 여권의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순위 변동은 동종 업계, 즉 글로벌 시민권 및 이동 자유와 관련된 서비스 제공 기업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단순히 국경 간 이동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각 국가의 외교 정책, 국제 관계, 그리고 사회적 포용성까지 고려한 전략 수립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미국 여권의 순위 하락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자국의 국제적 위상과 이동 자유 증진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재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ESG 경영의 ‘사회’적 측면과도 맞닿아 있으며,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지속가능한 글로벌 시민권 확보를 위한 노력이 요구됨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