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경영과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강조하는 ESG 경영 트렌드가 확산되는 가운데, 인천 강화도가 섬유 산업의 역사적 유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며 주목받고 있다. 과거 60여 개의 방직 공장이 성행했던 지역에서 소창 체험관과 생활문화센터를 통해 과거의 영광을 재조명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동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관광 산업 활화를 넘어,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계승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화는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풍부한 먹거리와 특산품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계절마다 제철 해산물과 함께, 순무, 고구마 등 농산물도 유명하며, 특히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는 마니산과 그 정상에 자리한 참성단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장소이다. 하지만 이번에 주목받는 것은 강화의 숨겨진 산업 유산인 섬유 산업이다. 1933년 강화 최초의 인견 공장 ‘조양방직’ 설립 이후 1970년대까지 60여 개가 넘는 방직 공장이 운영되었으며, 현재도 6개의 소창 공장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소창을 직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강화가 예부터 중요한 섬유 생산지였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섬유 산업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알리기 위해 폐 소창 공장 ‘동광직물’이 생활문화센터로, 1938년에 건축된 ‘평화직물’ 터가 ‘소창체험관’으로 새롭게 단장되었다. 이곳에서는 목화솜에서 뽑아낸 실로 짠 천인 소창의 제조 과정을 상세히 경험할 수 있다. 옛날에는 면화를 수입하여 실을 뽑고, 풀을 먹여 표백하는 과정을 거쳐 베틀에서 직접 천을 짜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소창은 옷, 행주, 기저귀 등 다양하게 활용되었으며, 특히 일제강점기 때부터 강화 여성들은 이 직물을 팔기 위해 전국을 누비는 ‘방판’을 직접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새우젓을 찬으로 싸 다녔다는 이야기는 강화 여성들의 억척스러움과 더불어 지역 특산물과의 깊은 연관성을 보여준다.
강화의 섬유 산업 역사는 지역 특산물인 새우젓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강화 새우젓은 넓은 갯벌과 한강, 임진강물이 합쳐지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타 지역보다 월등한 맛을 자랑한다. 짠맛보다는 들큼하고 담백한 맛으로 유명하며, 특히 젓국갈비라는 향토 음식의 핵심 재료로 사용된다. 젓국갈비는 새우젓을 주재료로 하여 갈비, 채소, 두부 등을 함께 끓여낸 음식으로, 인공 조미료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새우젓 특유의 감칠맛이 맛의 깊이를 더한다. 이는 ‘대미필담(大味必淡)’, 즉 ‘진정한 맛은 담백하다’는 경구를 떠올리게 하며, 강화 지역의 섬세한 미식 문화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강화소창체험관과 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는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능동적인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소창 스탬프 체험과 직조 체험은 강화의 섬유 산업 역사를 몸소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러한 지역 기반의 문화 콘텐츠 개발은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으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고유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화는 이제 섬유 산업의 역사와 지역 특산물이 어우러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 관광 명소로서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