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체험형 안보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분단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현장들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발표된 2026년 통일부 예산안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민들이 통일 관련 정책을 더욱 생생하게 ‘보고 느끼는’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이곳은 철조망과 경비초소 등 분단의 현장을 상징하는 요소들을 통해 휴전국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전망대에서 망원경을 통해 바라보는 북한 개성의 일상은 멀게만 느껴졌던 통일 문제를 ‘더 이상 나와 무관한 먼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삶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게 만든다. 1층과 2층의 전시실은 분단 역사, 현재, 통일의 미래를 아우르는 다양한 전시와 함께 1년에 2~3차례 특별 기획 전시를 개최하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특히 실향민들이 그린 5,000여 점의 ‘그리운 내 고향’ 전시 작품들은 북녘 땅에 대한 그리움과 통일에 대한 염원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3층으로 올라가기 전 만나는 ‘통일의 피아노’는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DMZ 철조망을 현으로 사용하여 제작된 것으로, 분단의 아픔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상징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전시실 곳곳에 소개되는 분단 역사, 6.25 전쟁 자료, 남북 교류 관련 전시와 영상실에서 상영되는 통일 교육 다큐멘터리는 관람객들에게 분단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야외 전망대에서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개성 시내와 북한 마을은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지 않은 가까운 거리임을 상기시키며 ‘가깝지만 먼 나라’라는 현실을 각인시킨다. 서울 도심에서 차로 약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뛰어난 접근성과 연간 약 100만 명의 방문객은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안보 견학지로서의 위상을 증명한다. 맑은 날씨 속에서 자전거를 타는 북한 주민의 일상을 엿보는 경험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가능성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살아있는 현장으로서 오두산 통일전망대의 의미를 더욱 공고히 한다.
이러한 체험 중심의 안보 견학 활동은 최근 발표된 2026년 통일부 예산안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지난해보다 약 20% 이상 증액된 1조 2,378억 원 규모의 예산안은 남북협력기금 1조 25억 원을 포함하여 인도적 지원, 경제 협력 사업, 문화 교류 및 국민 공감 프로젝트 등에 집중적으로 배분된다. 특히 체험 사업, 민간 통일운동, 통일 문화 교육 등이 예산안에 새롭게 포함됨으로써, 국민들이 통일 관련 정책을 ‘보고, 느끼는’ 경험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산은 크게 ▲인도적 문제 해결(약 6,810억 원) ▲경제협력 기반 조성 ▲사회문화 교류 ▲국민 공감 확대 등의 분야에 배분된다. 이 중 국민 공감 사업은 오두산 통일전망대나 DMZ 탐방과 같은 현장 체험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정부 예산이 곧 국민이 통일 문제를 ‘체험’할 기회를 넓히는 자원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불어 오두산 통일전망대 이용객이 DMZ 생생누리 방문 시 입장료를 반액 할인해주는 ‘DMZ 연계할인’은 이러한 체험 연계를 더욱 강화하는 정책적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마주한 북한 너머의 풍경은 통일·안보 정책이 단순한 정부 문서 속 숫자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2026년 통일부 예산안은 증액된 규모와 신규 사업을 통해 국민들의 삶 속에서 통일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이끌어낼지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예산이 책상 위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는 과정이다. 집행 가능성, 남북 관계의 흐름, 주민과 민간단체의 참여, 지역 인프라 정비 등이 함께 작동해야만 예산이 ‘체감되는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화창한 날씨 속에서 청명한 하늘과 함께 풍경을 바라봤던 오두산 통일전망대처럼, 눈앞의 풍경이 통일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는 공간들이 많아지고, 예산이 그 공간들을 지원하는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