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만사의 대부분이 고유의 생태계 안에서 돌아간다는 거시적 통찰이 경제 정책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있어 핵심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진 ‘가짜’ 정책이 되기 쉬우며,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 불균형 심화와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과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 성공 사례를 ‘생태계’의 관점에서 분석하며, 오늘날 지방 도시의 정체와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약화 문제를 진단하고 있다.
박 의장은 성공적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종 다양성’,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 그리고 ‘개방성과 연결성’을 제시한다. 종 다양성은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얽혀 생태계 전체를 지탱하는 힘이며, 아일랜드 대기근 사례는 단일 품종 의존이 가져올 재앙을 보여준다.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은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에너지 흐름과 자원 재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닫힌 생태계가 유전적 고립으로 취약해지는 현상은 개방성과 연결성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는 곧 외부와의 교류와 유입이 생태계의 생존과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생태계’적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지방 도시 정책과 산업 전략은 많은 시사점을 안고 있다. 지방을 살리기 위해 조성된 혁신도시는 배우자의 일자리를 포함한 연계된 고용 생태계가 부재하여 젊은 부부들의 정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한, 인구 증가 없는 신도심 개발은 기존 원도심의 공동화라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고 있으며, 지역 청년들이 원하는 ‘통근 전철’과 같은 연결성의 부족은 지역 간 ‘마음의 거리’를 더욱 멀게 하고 있다. 창원에서 부산까지의 물리적 거리가 가깝지만 심리적 거리는 500km에 달한다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생태계 조성이 없는 정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나아가,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뒤처지는 현상 역시 ‘생태계’ 경쟁의 패배로 분석된다. 파운드리 사업은 팹리스, 디자인 스튜디오, IP 기업, 패키징 및 후공정 기업 등 수많은 전문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생태계에 기반한다. 삼성전자가 IP 파트너 수나 패키징 기술에서 TSMC에 비해 현저히 뒤처지는 것은 이러한 생태계 구축에 실패했기 때문이며, 이는 반도체 경쟁이 단순한 기술력 싸움을 넘어 생태계 전쟁으로 전환되었음을 간과한 결과이다.
결론적으로, 박태웅 의장은 “문제는 생태계야, 바보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지방 도시 정책 실패와 산업 경쟁력 약화의 근본적인 원인이 ‘생태계’에 대한 이해 부족에 있음을 지적한다. 과거 빌 클린턴이 경제를 화두로 제시하며 대선에서 승리했듯, 이제는 ‘생태계’라는 거시적 관점을 모든 정책과 산업 전략의 중심에 두어야 할 시점이다. 이를 통해 진정으로 번영하는 지역 사회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