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개월 연속 출생아와 혼인 건수가 증가하며 33년 만에 찾아온 긍정적 반등은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기게 하는 동시에,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2025년 4월 출생아는 2만 717명으로 8.7% 증가했으며, 혼인은 1만 8921건으로 4.9% 늘었다. 특히 30~34세 여성의 출산율이 3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한 점은 결혼과 출산이 다시 활력을 찾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추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일상에서 아이를 낳기를 잘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양육 친화적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작은 불편함의 누적은 언제든 통계적 상승세를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시적 흐름 속에서, ‘생활 밀착형 인프라’ 확충에 대한 요구는 단순한 보육 정책을 넘어선 ‘생활 인권’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2024년 11월 27일 기준, 서울시 전체 개방·공중화장실 3708곳 중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된 곳은 1123곳(30%)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여성 화장실에 편중된 경향을 보인다. 아버지들이 아이와 외출 시 기저귀 교환대를 찾기 위해 겪는 어려움, 혹은 변기 위에서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상황은 성평등 돌봄 환경 조성에 있어 제도적, 물리적 격차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또한, 스포츠 시설 등에서 가족 단위 이용객을 위한 탈의실 부재는 부모들이 겪는 일상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가공무원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아빠 교육 및 캠프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8점으로 높게 나타나는 등, 아빠들의 육아 참여 의지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2025년, 가족센터와 같은 공공·위탁 기관들은 예산 삭감과 부족 문제로 가족 프로그램 기획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교환대 및 유아 세면대 설치 예산이 ‘부대비’로 분류되어 삭감 대상 1순위가 되기 쉬운 현실은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신도시와 동네 상가 간 인프라 격차 역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들은 이미 실질적인 행동으로 변화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아버지 역할, 소통, 놀이 교육 등에 대한 자발적 참여율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서울시에서 진행된 ‘유아차 런’, ‘탄생응원 서울축제’ 등은 건강한 양육 문화와 탄생의 기쁨을 나누며 새로운 양육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또한, 서울시 100인의 아빠단 50가족이 참여한 서울대공원 캠핑장 공동 양육 체험은 “양육 스트레스가 줄고 관계가 깊어졌다”는 긍정적인 후기를 낳으며 더 많은 양육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를 확인시켜 주었다. 이러한 부모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일상으로 연결하는 것은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출산율 반등세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네 가지 기본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첫째, 국공립 시설, 대중교통 환승 거점, 대형 민간시설에 가족 화장실 설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남녀 화장실 모두에 유아 거치대, 교환대, 유아 세면대, 벽면 발판을 동일한 비율로 갖추도록 ‘생활 SOC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성평등 인프라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둘째, 공공 및 위탁 기관의 아버지 교육 프로그램 예산을 증액하고 주말 자녀 동반 프로그램의 확대와 더불어, 시설 개선을 통해 아버지들이 자연스럽게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에서 얻은 만족도를 인프라 개선 요구로 연결하는 ‘정책 → 행동 → 문화 → 정책’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를 돌보는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돌봄 시민권’ 캠페인의 확산과 인식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
아이를 낳으면 진심으로 축하받고,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기저귀를 갈 수 있는 도시와 나라. 이러한 기본적인 사회적 장치가 갖춰지는 순간, 출산율 그래프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행복지표’가 우리 삶을 채울 것이다. 거창한 구호가 아닌, 화장실의 작은 교환대나 스포츠 시설의 가족 탈의실처럼 생활 밀착형 ‘생활 장치’를 촘촘히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현재의 긍정적 반등세를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로 이어나갈 핵심 열쇠다.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