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퇴직 후 삶의 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은퇴 후 안정적인 노후 자금 마련만큼이나 중요하게 대두되는 문제가 바로 부부 간의 화목이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남편의 퇴직 후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단순한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일본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은퇴 후 부부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논의와 준비가 시급한 시점이다.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는 퇴직한 공무원들의 퇴직 수기 공모 심사 과정에서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체감했다고 밝혔다. 60세 정년 보장과 연금 수령이라는 안정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많은 퇴직자들이 ‘절벽 위에 선 기분’이라 표현할 만큼 급격한 삶의 변화와 역할 상실감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 한 고위직 공무원의 수기는 퇴직 후 3개월간의 무기력한 생활 속에서 겪는 아내와의 불편함, 사회와의 단절감,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노(老老) 케어’ 일자리 참여 후 ‘천사로 바뀐 아내’라는 극적인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퇴직 후 부부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경험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퇴직한 남편이 낮 시간 동안 집에 머무르는 것에 대해 남편과 아내 모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성들은 남편의 수발에 대한 부담감, 속박감, 그리고 비효율적인 집안일 참여로 인한 짜증을 호소한다. 반면 남성들은 아내에게 부담을 주거나 사소한 실수로 핀잔을 듣는 상황에서 오는 서글픔과 화를 느낀다고 답한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에서 ‘남편재택 스트레스 증후군’ 혹은 ‘부원병(夫源病)’이라는 용어로 사회적 문제화된 지 오래이다. 이는 남편의 퇴직으로 인해 아내가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우울증, 고혈압 등 다양한 건강 이상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부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한국과 일본 특유의 ‘분단된 세계’에서의 부부 생활을 지적한다. 남편이 현역으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각자의 역할에 몰두하며 배우자의 사정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생활 패턴이, 남편의 퇴직으로 인해 갑자기 변화하면서 아내의 세계에 침범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신경 쓰이지 않았던 남편의 성격이나 생활 습관이 아내에게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는 결국 중년·황혼 이혼이라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1990년 14%에 불과했던 20년 이상 혼인 지속 기간의 중년·황혼 이혼 비율이 2023년에는 23%로 증가했으며, 한국 역시 1990년 5%에서 2023년 36%로 급증하며 더욱 빠른 속도로 이혼율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여, 일본의 노후 설계 전문가들은 퇴직을 앞둔 부부들에게 ‘낮 동안 각자의 시간을 갖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인기 있는 남편의 조건으로 ‘집안일 잘하는 남편’이나 ‘요리 잘하는 남편’보다 ‘낮에는 집에 없는 남편’이 꼽힐 정도라는 현실은, 부부 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100세 시대를 맞아 퇴직 후 노후자금만큼이나 부부의 화목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이다. 부부 모두가 낮 동안에는 수입 활동, 사회공헌활동, 취미 활동 등 자신만의 시간을 갖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고령화 사회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이는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넘어, 사회 전반의 안정과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실천 과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