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 정부가 ‘경청통합수석’이라는 역사상 최초의 직책을 신설하며 대통령실 조직 개편에 나섰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정부의 소통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정부들에서 대통령의 ‘입’ 역할을 주로 담당했던 홍보수석이나 국민소통수석과는 달리, ‘경청’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는 민주화 이후 정부가 대국민 소통 방식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온 흐름 속에서, ‘듣기’라는 쌍방향 소통의 핵심 요소를 제도화하려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새 정부의 ‘경청통합수석’ 신설은 대통령의 통치 철학과 개성이 대통령실 조직도에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는 특징을 보여준다. 과거 홍보수석, 국민소통수석 등의 명칭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말하기’에 초점을 맞춘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경청’은 말하기와 마찬가지로,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소통의 한 축인 ‘듣기’를 공식적으로 대통령실의 핵심 기능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성인(聖人)의 한자 뜻이 귀(耳), 입(口), 왕(王)이 합쳐진 것에서 알 수 있듯, 진정한 소통은 단순히 지혜를 전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목소리를 깊이 경청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의 ‘귀’ 역할을 해야 했던 민정수석실은 종종 권력 기관 통제에 치중하여 여론과 민심을 파악하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청통합수석’의 등장은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새 정부의 ‘경청’ 행보는 정책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 때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자기 편의 목소리만을 듣는 것을 넘어, 반대자의 목소리까지도 기꺼이 경청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포용적인 경청은 정치의 복원과 국민 통합을 이루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또한, 경청의 결과가 실제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는 ‘실질적 반응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적 계산에 의한 ‘상징적 반응성’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민원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통해 국민들은 정권 교체의 효능감을 느끼고, 이는 곧 정부의 개혁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25일 호남 지역 타운홀 미팅에서 한 시민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던 사례는, 대통령이 국민의 슬픔에 공감하며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이처럼 국민주권정부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의 ‘경청’이 단순한 제스처가 아닌,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결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