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진입과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인한 건강보험 지출 증가 추세는 이미 예견된 미래이며, 이는 보험료 인상의 불가피성을 시사한다. 함명일 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는 현재의 건강보험 재정 상황이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더 이상 보험료 인상을 미룰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분석은 단순한 재정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년도 건강보험료를 1.48% 인상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 결정은 보험료 동결을 주장하는 측과 인상을 주장하는 측의 치열한 논쟁 끝에 이루어졌다. 동결 측은 충분한 준비금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인상 측은 현재의 빠른 진료비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조만간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2013년부터 2023년까지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연평균 8.1%씩 증가하며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1.8%를 크게 상회했다. 이는 미국 등 의료비 지출이 많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높은 증가율이다.

이러한 진료비 급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이다. 2024년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의 20%를 넘어섰으며, 이들은 전체 진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의료비 지출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동시에 정부는 암, 심뇌혈관질환 환자의 본인부담을 줄이는 산정특례, 본인부담 상한제 확대, 비급여 진료의 급여화, 그리고 1회 투여에 19억 8000만 원에 달하는 초고가 신약인 졸겐스마의 급여화 등 보장성 강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료공급 구조 개혁에도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분만, 소아, 응급 분야의 수가 인상과 함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포괄2차병원 지원, 필수 특화분야 지원 등에 향후 3년간 약 10조 원 규모의 재정이 투입될 예정이다. 또한, 어린이병원의 적자를 100% 보전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범사업도 진행되는 등 국민이 필수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재정 지출 증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될 때마다 재정 소요가 보고되었고, 위원회 위원들이 인지한 상태에서 결정된 사안이다. 지출이 늘어난다면 수입 역시 늘려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원칙이다.

현재의 재정 여력만으로는 이러한 지출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4년 건강보험 지출은 97조 3626억 원으로 예상되지만, 준비금은 29조 7221억 원으로 급여비의 3.8개월분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2026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2033년에는 준비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위기 발생 시 건강보험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준비금이 소진된 후에 보험료를 인상할 경우, 그 폭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현재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중장기 재정 수지를 예측하지만, 보건의료 위기 상황의 발생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5년 전 누구도 코로나19 사태가 2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따라서 과거 추세와 인구 구조 변화와 같은 거시적 요인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준비금이 많다고 해도 향후 수익 증가가 불확실하다면 적극적인 변화와 혁신은 어렵다. 사립대학이 지난 15년간 등록금 동결로 경쟁력을 잃어간 사례는 이러한 교훈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건강보험 지출은 보장성 강화와 구조 개혁 정책으로 단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고령화로 인해 장기적으로도 감소할 가능성이 없다. 경제 성장이나 근로 인구 증가가 보험료 인상을 상쇄할 만큼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늘어난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수입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담보로 한 현재의 보험료 동결은 현실성이 없으며, 지금 당장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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