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복합 위기 시대를 맞아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도약의 발판은 국내적으로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강화하고, 남북 관계에서는 ‘평화의 정착’을 이루며, 외교적으로는 ‘유연한 실용 외교’를 펼치는 데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단순히 개별 사안의 해결을 넘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거시적인 전략적 접근이 요구됨을 시사한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전 통일부 장관)는 최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드러난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를 분석하며, 분단이라는 미완의 과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세 가지 핵심 축을 제시했다. 대통령은 ‘동양 평화를 역설한 안중근의 꿈’과 ‘높은 문화의 힘을 강조한 김구 선생의 염원’이 아직 완전히 실현되지 못한 근본 원인으로 분단 체제를 지목했다. 이는 분단 자체가 아닌, 분단 체제가 남과 북을 갈라놓고 우리 내부의 민주주의를 억압해왔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안의 장벽을 허물고, 분열과 배제가 아니라 포용과 통합, 연대와 상생의 정치로 분단 체제를 극복하자”고 선언하며, 내부적인 통합과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평화’는 안전한 일상의 근간이자 민주주의의 토대이며, 나아가 경제 발전의 필수 조건으로 언급되었다. 이는 평화가 단순히 전쟁의 부재를 넘어, 국민의 안전과 민주주의, 그리고 경제적 번영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동시에 지지하는 핵심 요소임을 역설하는 것이다. 남북 관계에서는 ‘신뢰 구축’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이 대통령은 신뢰가 말만이 아닌 ‘행동’에서 비롯됨을 역설하며, 전단 살포 중단이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같은 선제적인 긴장 완화 조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접경 지역에 일상의 평화가 찾아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지난 정부의 적대 정책으로 인해 깊어진 불신을 해소하는 데는 인내심 있는 접근이 필요하며,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등으로 복잡해진 한반도 주변 국제 정세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북미 대화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과 미-러 관계 회복이라는 국제적 변수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 관계’로 규정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도 통일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잊지 않으며, 두 개의 국가 현실을 인정하는 지혜로운 접근으로 평가된다. 대통령은 ‘체제 존중’을 강조하며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남북기본합의서, 6·15, 10·4,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 등 기존의 모든 남북 합의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이며, 통일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다. 보수 정부 시절인 노태우 정부 때 합의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역시 다수의 합의를 통해 가능했던 만큼, 통일 문제에 있어 분열을 경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핵 없는 한반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고도화된 북한의 핵 능력과 변화된 국제 환경으로 인해 협상 환경 조성이 쉽지 않은 과제임을 인정했다. 남북 관계뿐만 아니라 북한과 미국의 대화 가능성을 열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현재 북한이 남북 및 북미 대화를 거부하고 북러 관계에 의존하는 상황이지만, 고정되지 않는 국제 질서의 변화 국면에서 새로운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 30년간의 북핵 협상 실패 경험에서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를 고려할 때, 외교적 노력의 중요성 역시 강조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일 관계에서 ‘과거를 직시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협력’을 강조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속에서 새로운 지역 협력이 모색되는 시점에서, 공급망 혼란과 무역 질서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양국의 상생 협력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상호 신뢰 구축을 통해 안보 분야에서도 협력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9·19 군사합의 복원을 포함한 한반도의 긴장 완화는 북한에게도 필요한 과제다. 충돌 없는 소극적 평화는 현재도 가능하지만,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 대화가 필수적이다. 북한이 북방 전략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은 복합 위기의 시대’라는 인식 하에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회복력’, ‘평화의 정착’, 그리고 ‘유연한 실용 외교’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한 통합적 접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