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지정학적 긴장과 기후변화, 팬데믹 등 복합적인 지구적 도전 과제에 직면한 오늘날, 유엔을 중심으로 한 강화된 글로벌 거버넌스와 예측 가능한 국제질서 구축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취임 3개월 만에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을 방문하는 것은 한국의 국제사회 내 위상 강화와 적극적인 역할 수행 의지를 보여주는 시의적절한 행보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방문은 새 정부의 외교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인공지능(AI)이라는 첨단 기술과 국제 평화·안보라는 중대한 사안을 결합하여 논의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방문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인공지능(AI)과 국제평화·안보’에 관한 토의를 주재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현재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9월 의장국을 맡게 된 한국은, 알파벳 순서에 따라 돌아오는 의장국 수임 기회 중에서도 상임이사국이 아닌 비상임이사국으로서 9월에 의장국을 맡는 것은 확률적으로 드문 일이다. 이는 한국이 유엔 가입 이후 세 차례의 안보리 이사국 진출을 통해 총 6회의 의장국 기회 중 처음으로 9월 의장국을 맡게 되는 것이며, 이에 따라 한국 대통령의 안보리 의장 역할 또한 최초의 기록이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한국은 국제 평화와 안보 증진에 대한 기여를 명확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은 크게 세 가지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첫째, 기조연설을 통해 새 정부의 외교 방향과 목표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유엔 총회의 하이라이트인 개막 후 첫 1주일 동안의 기조연설은 각국 정상들이 자국의 외교 기조와 국가 정책을 집약해 발표하는 중요한 기회다. 대통령실 발표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9월 23일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이 경험한 민주주의 위기 극복과 회복 과정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현안에 대해 우리 정부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과거 한국 대통령들의 연설이 한국의 관심사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과 달리, 한국의 국제 위상 상승에 따라 글로벌 이슈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안보리 공개토의 주재를 통해 세계 평화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은 유엔 회원국 중 약 3분의 1이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이며, 한국 역시 올해 말 이사국 임기 종료 후에는 상당 기간 다시 기회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안보리 토의에서 급속히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미칠 기회와 도전을 논의하고 국제사회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최근 국제 안보와 직접 관련 없어 보이던 주제들이 안보리 의제로 다루어지는 추세 속에서 매우 시의적절하다. 기후변화, 사이버테러에 이어 AI 관련 문제는 현재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로서, 미래 세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토의가 될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이 지속되고,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개최되는 이번 유엔 총회는 국가 간 단합이 절실히 필요한 위기 상황에서도 이기적인 모습들이 나타나는 현실을 보여준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갖추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국익은 한반도를 넘어 인류 전체의 공존과 발전에 달려 있기에, 유엔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거버넌스 강화와 예측 가능한 국제질서 구축, 그리고 지구적 도전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이 대통령은 총회와 안보리 외에도 유엔 사무총장 면담, 양자 정상회담 등을 통해 현재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고 다자적 해결책 모색에 앞장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