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ESG 경영의 확산 속에서,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 통합을 위한 의미 있는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월 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2전시장에서는 ‘2025 중증장애인생산품 박람회—낯섦에서 일상으로’라는 주제로 장애인 직업재활 포럼이 개최되었다. 이번 박람회는 단순한 전시 행사를 넘어, 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행사장에는 공공기관 관계자, 시민, 그리고 생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낯섦에서 일상으로’라는 주제를 현장에서 구현하고 있었다. 입구부터 분주한 발걸음이 이어졌으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기업 지원 사업 안내 부스와 직업재활 체험 부스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교류가 이루어졌다. 특히 직업재활 체험 부스에서는 종이 쇼핑백 만들기, 꽃 만들기 등의 활동을 통해 관람객들이 직접 생산 현장의 노동 강도와 섬세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동료의 도움을 받으며 완성의 기쁨을 나누었고, 이는 단순한 가르침을 넘어선 동반 성장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완성된 쇼핑백에 새겨진 ‘일상으로’라는 문구는 중증장애인 생산품이 사회 속에서 당연하게 소비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체험에 참여한 한 어머니는 제품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필요한 수많은 손길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청년 장애인 생산자들의 목소리 또한 박람회 현장에서 울려 퍼졌다. 금천구에 거주하는 박O광 씨(32)는 쇼핑백 손잡이를 꿰매는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옆에서 도와준 선생님과의 협력을 통해 성취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장애인 생산품이 특별한 물건이 아닌, 정직하게 만들어진 생활 속 제품으로 받아들여지기를 희망했다. 강서구의 이O도 씨(27) 역시 자신이 만든 제품이 실제로 사용된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며, 이번 경험이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어져 더 많은 청년 장애인이 일상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낯섦에서 일상으로’라는 주제가 자신의 삶과 깊이 맞닿아 있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박람회장 안쪽에서는 ‘맛·품질·가격’으로 승부하는 다양한 제품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래그랜느 쿠키’ 부스에서는 달콤한 향과 함께 HACCP 인증 등 위생적인 생산 공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쌤물자리’ 부스에서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누룽지와 국수, 곡물 가공품이 전시되었으며, 직원들은 조리 영상을 통해 제품의 장점을 상세히 설명했다. 구립강서구직업재활센터는 제설제와 세정제 등을 선보이며 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이러한 제품들은 시민뿐만 아니라 기업 관계자들의 발길을 붙잡았고, 제품 앞에 선 생산자들의 표정에는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당당함이 엿보였다. 이곳에서의 경쟁력은 동정이 아닌 실질적인 가치로 증명되고 있었다.
행사장 한편의 무대에서는 장애인 직업재활 시설의 우선구매 유공자 포상이 진행되었으며, 이는 과거의 성과를 기리는 자리였다. 이어진 협약식은 미래의 판로를 약속하는 다짐의 장이었다. 스마트 모바일 솔루션 협약식을 비롯하여 한국교직원공제회, 한국장애인개발원, 전국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협의회 간의 협약식도 가졌다. 통로 곳곳에서는 공공 조달 담당자와 생산 시설 종사자들이 납품 규격, 단가, 납기, A/S 등 실질적인 논의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무대 위의 박수 소리와 통로에서의 대화는 비록 그 형식이 달랐지만, 안정적인 수요 창출과 지속 가능한 일자리 마련이라는 동일한 지향점을 향하고 있었다.
이번 박람회에서 추진된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제도는 경쟁 고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핵심적인 정책이다. 이 제도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 등 대통령령과 관련 법률에 따라 지정된 공공기관이 해당 생산 시설의 제품과 서비스를 연간 총 구매액의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상업적 거래를 넘어 장애인의 자립을 돕고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실질적인 기반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 박람회에서 만난 제품들은 앞으로도 온라인몰, 직영점, 협동조합 매장, 지역 행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비자와 만날 예정이다. 공공기관의 우선구매는 수치로 기록되지만, 시민들의 재구매는 신뢰로 축적된다. 중요한 것은 첫 소비 경험을 다음 소비로 연결하는 것이다. 행사장에서 마주한 손끝의 성실함, 무대 위에서의 약속, 통로에서 오간 현장의 대화는 ‘낯섦에서 일상으로’라는 주제를 단순한 구호가 아닌 현실로 구현했다. 쿠키 한 봉지, 누룽지 한 팩, 쇼핑백 하나가 누군가의 내일 출근을 가능하게 한다는 진실은 이번 박람회의 가장 강력한 성과로 기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