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문제는 이제 한국 사회의 단순한 인구 감소 현상을 넘어, 경제 생산성 저하, 고령화 심화, 지역 소멸 가속화 등 국가 전반에 걸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 위기 속에서 ‘일·생활 균형’을 핵심 키워드로 삼아 저출생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정부, 기업, 근로자 모두가 공동으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으로, 개별 기업의 노력이 거대한 사회적 흐름을 이끄는 선도적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생활 균형을 통한 저출생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2025 천안시 인구정책포럼’은 주목할 만한 실천 사례를 제시한다. 포럼에서는 이지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의 ‘일·가정 양립 정책의 현황과 지자체의 역할’ 발표와 조미라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의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란 무엇일까’ 발제를 통해 문제의식과 해결 방향을 공유했다. 특히, 가족 친화 근무 환경 실천 사례를 공유한 천안 엠이엠씨코리아㈜의 발표는 기업이 실질적으로 일·생활 균형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예시로 평가된다. 이관률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에서는 전문가, 기업 관계자,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며 근무 문화 개선과 일·생활 균형 보장이 저출생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는 단순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함을 시사한다.
천안시 인구정책포럼에서 논의된 ‘일·생활 균형’을 통한 저출생 대응은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유연근무제, 육아휴직, 대체 인력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실효성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기업 성장 컨설팅, 대체 인력 지원금, 육아휴직 재정 지원, 세제 혜택 등 다각적인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기업들은 롯데 그룹의 사례처럼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와 같은 정책을 도입하여 조직 내 동료들이 대체 인력을 지원하도록 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 문화 개선은 직원들의 복지 향상과 기업 생산성 증대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인건비 절감, 생산성 향상, 우수 인재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기업의 적극적인 사회적 동참은 남성의 육아 참여를 증진시키고 여성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여, 궁극적으로는 출산율 증가와 사회 전반의 평등한 노동 분배를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2025년 민주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경력 단절률은 61.9%에 달하는 반면, 남성은 40.6%로 나타났으며,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은 20%였으나 남성은 4.5%에 불과했다. 이는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이 경력 단절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함을 보여주는 통계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 근로자가 상호 협력하여 일·생활 균형을 실현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