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후 위기가 심화되면서 국제 사회는 기후 대응과 통상 정책을 연계하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개별 기업의 제품 경쟁력과 직결되는 탄소 감축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흐름이다.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이러한 정책이 경쟁적으로 도입되고 있으며, 향후 전기차, 철강 등 다양한 제품과 소재로 그 영향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거시적인 산업 동향 속에서, 기업들은 탄소 감축 기술 확보를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2022년 5월 White & Case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투자회사 및 에너지기업 고위 경영자들의 42%가 향후 18개월 내 탈탄소/저탄소 기술에 투자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에너지 전환 투자 전략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기술 가격 하락과 보급 확산의 선순환, 산업 정책의 확산, 새로운 시장 선점을 위한 의지 등이 이러한 기후 기술 경쟁 가속화의 주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태양광 설비 가격이 지난 10년간 1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하며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산되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또한, 미국 IRA, EU NZIA와 같은 정부 지원은 탄소중립에 대한 경제성을 높여 관련 투자를 활성화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발주된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사례는 친환경 해운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의 노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고유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다른 국가와 연결되지 않은 전력망, 개방되지 않은 전력 시장, 제한적인 자연 자원 등으로 인해 글로벌 기술 가격 하락 효과가 충분히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수출 지장 최소화를 위한 방어적 대응에 집중하는 경향은 탄소중립 투자 활성화로의 연계를 둔감하게 만들고 있다. ‘First mover’보다는 ‘Fast follower’에 익숙한 한국 기업에게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는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기업들은 단기 감축 규제 및 기술 지원에 대한 정책 신호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후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데이터 기반의 특허 빅데이터 활용이 제시된다. 전체 기술 정보의 80%를 설명하는 특허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망 분야 선정, 핵심 기술 파악, 접목 기술 색인, 기술 벤치마킹, M&A 타겟팅, 기술 가치 평가 등에 활용한다면 기후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 및 투자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50년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기술 중 35%는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거나 시장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이며, 이는 시장 선점 기회가 여전히 열려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2023년 12월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결과에 따른 국내외 후속 조치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COP28 결정문에 따라 한국 정부는 2030년 국가감축목표 달성 경과를 포함한 격년 투명성 보고서를 2024년까지 제출하고, 2035년 국가감축목표를 2025년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확정 및 할당계획 준비 등 정부 차원의 법정 계획 수립이 1~2년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국가 정책 변화는 기업에게 강화된 기후변화 대응 요구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국내외 정책 및 전략 형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모호한 정책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민간 실무 현황을 정부 및 입법 담당자들과 공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고객사 및 공급망 파트너와의 전략적인 협력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