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의 반복되는 사고들이 사회에 던지는 무거운 질문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단순한 ‘예방’을 넘어 ‘예측’ 중심의 산업안전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발전을 넘어, 사회 전체의 윤리적 성숙과 인문적 성찰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이라 할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보고하는 전 세계 연간 약 270만 명의 산업재해 사망자 발생이라는 충격적인 통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고도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업사회에서 안전이 더 이상 특정 업종의 문제가 아닌, 전 사회적 과제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최근 정부는 산업재해 대응 방식을 ‘예방’에서 ‘예측’으로 전환하는 정책적 시도를 본격화하며, 이는 한국 산업안전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제조안전고도화기술개발사업’과 같은 정부 주도의 사업은 이러한 변화를 구체화하는 핵심 동력이다. 2025년부터 추진될 이 사업은 업종별 사고 사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여 사고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식별하고 조기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초기 적용 업종으로 이차전지, 석유화학, 섬유 등이 선정된 것은 단일 사고의 규모가 크고 반복되는 사고 유형이 뚜렷하다는 공통점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2024년 6월 화성시의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 사고는 31명의 사상자를 낳으며 사회 전반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섬유산업 역시 수작업 공정으로 인한 인적 재해 발생 가능성과 빈번한 유해물질 사용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특정 업종의 위험성을 AI 기반 예측 시스템으로 관리하려는 시도는, 과거 ‘세계산업안전보건의 날’을 맞을 때마다 제기되었던 “우리는 과연 충분히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산업안전 영역에서 기술이 갖는 예측 가능성은 분명 존재하며, AI 기반 위험 감지 시스템은 이제 이론 단계를 넘어 실증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한국의 산업재해자는 약 13만 6천 명, 사망자는 약 2천 명에 달했으며, 특히 광업, 건설업, 제조업이 전체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기술적 접근은 더욱 중요해진다. 과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총 3만 8584건에 달했던 끼임 사고와 같은 누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실시간으로 위험 상황을 감지하고 판단하도록 학습시키는 시스템은 이미 그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제조안전 얼라이언스’와 같은 협업 구조를 통해 기업, 연구기관, 지자체가 데이터를 공유하고 현장에서 기술을 실증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기술의 현장 적합성을 높이고 제조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데 기여한다. 이는 이미 조선업계에서 AI 기반 안전 시스템의 해외 수출로 이어진 사례처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온전히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공정의 복잡성 증가, 작업자 다양화, 작업 환경 변화 속도 가속화 등 산업 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숙련이나 경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 속에서, 기술은 예측과 판단의 공백을 메우는 핵심적인 수단이지만, 그 기술이 현장에 맞게 설계되기 위해서는 작업자의 목소리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산업안전은 단순히 자동화 기기나 정교한 시스템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운영하고 적용하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을 보호하려는 조직의 의지와 문화가 함께 만들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안전이 가능해진다. 결국 모든 기술적 진보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으며, AI 기술이 작업자의 스트레스, 행동 이상, 피로도 등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하고, 고령자, 외국인 근로자, 신규 인력 등 다양한 취약계층을 고려한 포용적 기술 또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현장 구성원의 인식과 조직 문화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기술, 정책, 사람이라는 세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산업안전의 변화는 현실이 될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산업 현장의 노동이 더 이상 생명의 위험과 맞바꾸는 일이 되지 않도록, 산업안전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낯선 현장의 리스크에도 귀를 기울이는 태도가 이 시대의 안전 문화를 이루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닌 책임이며, 예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때, AI 예측 기반 산업재해 ‘예측’ 전환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진정한 안전 문화 혁신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