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원전은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아닌,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20년 타임지가 ‘마지막 기회’를 경고한 이래, 2022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포함하는 택소노미 개정을 결정했으며, 뉴욕타임스는 ‘원전 르네상스’ 도래를 보도하는 등 국제 사회의 인식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을 강력히 추진해 온 유럽에서 원전 없이 탄소 감축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영국, 스웨덴, 스위스 등 주요 국가들이 원전 산업 기반 확보와 신규 원전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트렌드를 방증한다.

이러한 세계적인 원전 르네상스 흐름 속에서, 지난 10월 30일 준공식을 가진 신한울 1,2호기와 착공에 들어간 신한울 3,4호기는 국내 원전 산업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신한울 1,2호기는 그간 해외 기술에 의존했던 원자로 펌프, 제어시스템 등을 모두 국산 기술로 대체하며 우리나라 원전 기술의 결정체임을 입증했다. 이는 과거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위축되었던 원전 산업 생태계에 희망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2022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동향을 읽은 정부의 정책 전환은 이러한 국내 원전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중요한 물꼬를 텄다.

우리나라 원전 산업의 경쟁력은 1972년 고리 1호기 도입 이후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2년에 1기꼴로 원전을 건설하며 유지해 온 굳건한 산업 생태계에 기반한다. 2000년대에도 국내 12기, 해외 4기의 원전을 건설하며 미국, 프랑스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공급망, 설계, 제작, 건설 기술을 확보했다. 만약 탈원전 정책이 더 지속되었다면 자칫 잃을 뻔했던 이러한 산업 기반을 재건하고 강화하는 데 있어 신한울 1,2호기의 준공과 신한울 3,4호기의 착공은 매우 의미 있는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러한 국내 기술 자립과 산업 생태계 복원을 바탕으로, 한국 원전은 현재 네덜란드 등 유럽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체코 원전 사업에서의 경쟁입찰 승리는 15년 전 UAE에서의 성공에 이어, 한국 원전이 세계 원전 르네상스의 견인자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기회 속에는 위기도 존재한다. 현재 세계 원전 시장은 한·미·프 간의 치열한 경쟁 구도에 놓여 있으며,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기술 연마와 ‘팀 코리아’의 결속을 다지는 노력이 요구된다. 체코 원전 사업을 둘러싼 국내의 비판은 외부 경쟁에 쏟아야 할 역량을 내부로 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K-원전은 우리 청년 세대에게 또 다른 자부심이 될 수 있으며, 유럽의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K-원전에 대한 이야기가 청년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K-원전이 세계 원전 르네상스를 이끌도록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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