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을 넘어 전 세계 무역 및 경제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 기후테크(Climate Tech)가 핵심 아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테크는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기술적 역할을 넘어, 지속가능한 친환경 경제 체제를 통해 지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으로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경제 성장과 탄소 배출의 분리(decoupling)를 이루어내고 기후 위기 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새로운 산업 동력을 모색하는 전 세계적인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2023년 ‘대통령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기후테크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 완화 기술이나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는 기후 적응 기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으로 정의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이 더 이상 비용이 아닌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후테크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각국은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 감축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출량 감축 기술의 시장 확산이 절실한 상황이다. 더 나아가, 현재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 하더라도 이미 심화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과 산업 육성 또한 시급하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테크를 분류하는 명확한 표준은 아직 없으나, 한국에서는 탄녹위가 기후테크를 클린테크(Clean Tech), 카본테크(Carbon Tech), 푸드테크(Food Tech), 에코테크(Eco Tech), 지오테크(Geo Tech)의 5개 분야로 나누어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후테크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5대 분야 중 한국을 대표하는 기후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은 아직 탄생하지 못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탄소 포집 기업 ‘클라임웍스’,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기업 ‘루비콘’, 기업 탄소 측정 및 보고를 위한 탄소 회계 프로그램 개발 기업 ‘워터쉐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후테크 유니콘의 등장과 산업의 성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테크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미국 주도로 2022년 5월 설립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는 2024년부터 200조 원 규모의 역내 청정 경제 분야 협력을 본격화하며 기후테크를 핵심 의제로 삼았다. IPEF의 청정 경제 협정은 참여국들이 에너지 생산부터 탄소 거래 시장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기술, 규범, 표준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개별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던 기후테크 노력이 IPEF를 통해 표준화되고 더욱 현실적이며 효율적인 전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높인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인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술 혁신을 통한 새로운 산업 혁명을 일으켜야 하며, 그 중심에는 기후테크가 있을 것이다. 한국의 우수한 과학 기술력을 바탕으로 카본, 클린, 에코, 푸드, 지오테크 전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후테크 기업을 탄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자원이 부족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던 한국의 저력을 볼 때, 기후테크 분야에서도 충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들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기업, 민간의 유기적인 협력과 더불어 교육, 투자, 제도가 뒷받침되는 튼튼한 기후테크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