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농업 현장의 작업 환경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농작업 시 주변 환경에 따른 기온 차이가 작업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기상청의 중간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밭, 과수원, 논 순으로 폭염의 강도가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고추밭과 같이 허리를 굽혀 작업하는 환경은 더욱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날씨 정보를 넘어, 특정 작업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이해해야 함을 시사한다.
기상청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논, 밭, 비닐하우스 등 농업 환경과 계곡, 휴양림 등 총 14개 지점에서 폭염 특별관측을 실시했다. 이 중 지난달 자료 분석 결과, 고추밭의 평균 일최고기온은 과수원(배나무)보다 0.4℃, 논보다 0.9℃ 높았다. 이는 햇볕에 직접 노출되는 농작업 환경, 특히 앉거나 쪼그려 앉아 작업하는 고추밭의 경우, 작업자의 체온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불어, 비닐하우스의 경우 인근 고추밭보다 평균 3.9℃ 더 높은 기온을 보였으며, 특정 날짜에는 최대 11.5℃까지 치솟아 작업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또한, 고추밭에서 허리를 굽히거나 앉아서 작업하는 높이(지상 50㎝)는 서서 작업하는 높이(지상 150㎝)보다 평균 1.8℃ 더 높게 나타나, 작업 자세 또한 기온 체감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준다.
반면, 그늘은 폭염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추밭 옆 그늘(정자)에서는 평균 0.8℃, 최대 3.0℃까지 낮은 기온이 관측되어, 농업환경 5개 지점 중 가장 낮은 온도를 기록했다. 이는 폭염 시 주기적인 그늘에서의 휴식이 온열질환 예방에 효과적임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피서지 역시 주변 지역보다 낮은 기온을 나타내는 사례가 확인되었다. 얼음이 어는 것으로 유명한 경남 밀양시 밀양얼음골은 월평균 최고기온이 8.8℃ 낮았으며, 휴양림과 계곡 역시 1.6℃에서 2.7℃까지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 이러한 분석은 폭염에 대응하는 데 있어 단순히 실내로 피하는 것을 넘어, 지리적, 환경적 특성을 활용한 효과적인 냉각 전략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상청은 이러한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폭염 시 농작업 중 주기적으로 그늘에서 쉬는 것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폭염은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험 요소”라며, 비닐하우스나 밭에서 일하는 경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는 개별 농가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차원에서도 농업 현장의 안전한 작업 환경 조성과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이번 특별관측 결과는 농업 분야뿐만 아니라, 폭염에 취약한 다양한 산업 현장의 안전 관리 강화와 기후 변화 대응 전략 수립에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