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개편과 지속적인 저성장 기조가 맞물리면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 흐름 속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무역 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개별 국가의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듯, 한국과 중국 정부는 상호 협력을 통해 이러한 불확실성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무역 질서를 바로 세워나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11월 21일, 중국 베이징 상무부에서 제22차 한-중 무역구제협력회의와 제7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무역구제이행위원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는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양국 무역구제 당국 간의 공식적인 만남으로, 양국이 통상 환경의 복잡성을 인식하고 실질적인 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99년 체결된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2000년부터 반덤핑 등 무역구제 조치 현황 공유, 법령 및 정책 변경 사항 논의, 조사 기법 상호 학습 등을 목적으로 번갈아 개최되어 온 이 회의체는, 이번 만남을 통해 그 중요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이번 회의에서 양국은 무역구제 관련 핵심 기술 의제를 선정하여 상호 간의 조사 경험과 기법, 그리고 관행을 공유하는 데 집중했다. 한국 측은 반덤핑 조사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과 한국의 현지실사 제도 운영 사례를 상세히 발표했다. 이는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조사 시스템 구축에 대한 한국의 노력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반덤핑 조사 신청서에 포함되는 증거의 충분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와 계열사 관계를 확인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공유하며,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혔다. 이러한 심도 깊은 기술 공유는 향후 양국 간 무역구제 분야에서의 오해를 줄이고 협력을 더욱 원활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은 공급망 재편과 글로벌 저성장이라는 거대한 통상 환경 변화 속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무역 질서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깊이 공감했다. 상호 중요한 교역 및 투자 파트너로서, 이번 무역구제 협력회의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는 단순히 개별 사건에 대한 대응을 넘어,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 속에서 한국과 중국이 공존하고 상호 발전을 이루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협력 강화는 동종 업계의 다른 국가들에게도 긍정적인 시사점을 제공하며, 향후 국제 무역 질서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선도적인 사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