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 안보 협력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한국과 필리핀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실질적인 협력 분야를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양국의 상호 호혜적 관계 발전을 모색하는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과 헬렌 델라베가 필리핀 정책차관은 지난 10월 22일(수) 마닐라에서 제9차 한-필리핀 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양국 관계 증진과 실질 협력 강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번 제9차 정책협의회는 2023년 2월 제8차 협의회 이후 약 2년 만에 개최되었으며, 양국은 2024년 10월 수립 예정인 ‘한-필리핀 전략적 동반자 관계 1주년’을 앞두고 정치, 안보, 경제, 인적 교류 등 다방면에 걸친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평가했다. 특히, 신정부 출범 이후 양국 정상 간 첫 통화와 외교장관 회담 등 고위급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양국 관계의 긍정적인 모멘텀을 보여준다. 이러한 고위급 교류는 연내 예정된 주요 다자무대에서도 지속될 전망이다.

국방 협력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필리핀은 6.25 전쟁 당시 아시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파병을 통해 한국의 전통적인 우방국임을 증명해 왔다. 이러한 역사적 유대를 바탕으로 양국은 국방 협력을 긴밀히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 필리핀 군 현대화 사업에 한국 방산 기업의 참여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필리핀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이는 한국의 방산 기술력을 동남아시아 국가와 공유하고, 경제 안보를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경제 협력 측면에서는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의 긍정적인 효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 말 FTA 발효 이후 올해 상반기 한국은 필리핀에 대한 제2위 투자국으로 부상하며 FTA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박 차관은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필리핀 진출 우리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관련 지원을 당부하며, 양국 간 핵심 원자재 공급망 MOU를 기반으로 경제 안보 분야에서도 공동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필리핀 정부의 핵심 정책인 BBM 정책 실현에도 한국이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필리핀의 주요 해상 교량 인프라 사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참여와 관련하여 협조를 요청했으며, 필리핀 수빅 조선소 투자가 한국의 기술력과 필리핀의 지리적 이점, 풍부한 노동력을 결합하여 상호 호혜적 협력의 성공적인 조선 모범 사례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필리핀의 발전과 연계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방안이다.

개발 협력 분야에서도 필리핀은 한국의 중요한 파트너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박 차관은 필리핀이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중점 협력국이자 주요 개발협력 파트너임을 강조하며, 교통·인프라, 식량, ICT 등 핵심 협력 분야에서의 파트너십을 지속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인적 교류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작년 양국 간 상호 방문객 수는 200만 명을 기록하며 양국 국민 간 교류가 증대되었음을 보여준다. 박 차관은 필리핀 내 한인 밀집 지역 8개 경찰서에 우리 국민 사건사고 대응 전담팀인 ‘코리안 헬프 데스크’가 설치되는 등 필리핀 방문 및 체류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한 필리핀 정부의 노력에 사의를 표하며 지속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더불어, 역내 스캠 단지와 같은 초국가 범죄 대응을 위해 ASEANAPOL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 한-아세안 차원의 공조를 강화해 나가자는 제안도 이루어졌다.

지역 및 국제 정세에 있어서도 양국은 ASEAN, APEC 등 다자 무대에서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 정부의 아세안 중시 기조를 재확인하며, 차기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을 논의했다. 또한, APEC 정상회의에 마르코스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핵심 성과 문서 채택을 위한 필리핀 정부의 지지를 요청하는 등 국제 사회에서의 협력 또한 다져나갔다.

이 외에도 한반도 및 남중국해 등 지역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평화 구축을 위한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필리핀 주재 공기업 및 공공기관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현지 우리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한-필리핀 실질 협력 강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당부하며 이번 협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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