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커지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을 이끌어온 APEC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자유무역의 후퇴, 공급망 분절, 국가 간 경쟁 심화 등 국제 경제 질서의 흔들림은 APEC이 지향해 온 개방적이고 통합된 다자 질서에 대한 시험대 위에 놓여 있다. 이러한 때, 2025년 APEC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역할과 그 의미는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윤성미 APEC 고위관리회의(SOM) 의장이 밝힌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주제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다. 이는 단순히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APEC의 기본 정신과 가치를 이어가자는 메시지를 넘어, 미래의 핵심 과제인 인공지능(AI)과 인구구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APEC의 협력 지평을 넓히려는 한국의 의지를 담고 있다. 지난 1년간 네 차례의 고위관리회의와 열네 차례의 장관급 회의를 거치며 논의된 의제들은 이제 최종 결실을 앞두고 있다. 만여 명에 달하는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했으며, 다음 주 경주에는 더욱 많은 인원이 모여 심도 깊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APEC은 오늘날 세계 GDP의 60% 이상, 교역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아태지역의 경제협력체로서 그 중요성을 잃지 않고 있다. 한국은 APEC의 창설 멤버로서 1989년 밥 호크 호주 총리의 제안 이후 함께 성장해왔으며, 1991년 제3차 각료회의 의장국으로서 중국, 대만, 홍콩의 동시 가입을 이끌어내는 등 APEC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개최에 이어 20년 만에 다시 의장국을 맡은 한국은, 자유무역과 규범 기반의 질서 속에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APEC 회원국 간 입장을 조율하고 협력의 접점을 찾는 데 최적의 균형적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첨단 기술과 문화 역량, 그리고 여러 국내외 위기 극복을 통해 다져진 한국의 회복탄력성은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 국제사회의 소통과 협력 방향을 재조명하는 데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앞서 10월까지 인천에서는 국제마라톤대회부터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 이르기까지 총 18건의 국제 행사가 개최되며 글로벌 도시로서의 위상을 강화했다. 특히 ‘2025 아시아 생명공학 대회 및 한국생물공학회 국제회의’에는 40여 개국 3천 명의 과학자가,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는 74개국 1천500명의 재외 경제인이 참여하며 경제 분야의 국제적 교류를 증진했다. 또한, 기후 위기에 대한 논의의 장으로서 ‘제12회 국제기후 금융·산업 콘퍼런스’ 등 다양한 환경 관련 행사를 개최하며 인천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환경 협력 도시로 부상했다. 이러한 국제 행사들의 성공적인 개최는 2025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긍정적인 기대를 더하고 있다.
각 회원국 간 이견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호혜적 협력과 APEC의 변함없는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여러 회의를 통해 확인되었다. 2025년 APEC 정상회의에서도 이러한 협력의 공감대가 다시 한번 확인된다면, 이는 한국 주도의 APEC이 지속가능한 미래와 혁신을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한국은 APEC의 기본 정신을 계승하고 미래 과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아태지역의 연결, 혁신, 번영을 위한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