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속에서, 한미 양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체결과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를 통해 경제 안보 강화 및 통상 마찰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는 단순한 개별 사안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 변화 속에서 양국 간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30일 관세 협상 틀 합의 이후 3개월 반 만인 11월 14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에 공식 서명했다. 이번 MOU의 핵심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로, 이 중 2000억 달러는 우리 기업의 직접 투자(FDI), 보증, 선박 금융 등을 포함하며,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조선 협력 투자로 구성된다. 이는 단순히 투자 규모의 확대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 핵심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양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이번 MOU는 투자 결정 과정에서의 ‘상업적 합리성’ 원칙을 강조하며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였다. 투자 사업은 미 상무장관이 위원장인 투자위원회의 추천과 미국 대통령의 선정을 거치지만, 사전에 한국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협의위원회의 의견 수렴을 필수적으로 거친다. 이는 투자위원회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충분한 투자금 회수가 보장되는 투자만을 추천하도록 하는 장치다. 또한, 양국의 국내법과 충돌하지 않도록 법적 고려사항을 명확히 하는 등 협력 과정에서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투자 분야 또한 조선,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 광물, 인공지능·양자 컴퓨팅 등 양국의 경제와 국가 안보 이익을 증진시키는 전략적인 영역으로 제한함으로써,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선 포괄적인 협력 관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합의는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시사점을 던진다. 미국은 프로젝트 추진에 필요한 연방 토지 임대, 용수·전력 공급, 구매 계약 주선 및 규제 절차 가속화를 지원하며, 한국 기업은 미국 사업 기회 확대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또한, 투자 SPV(특수목적법인)를 통한 리스크 풀링(risk-pooling) 구조는 개별 프로젝트의 위험을 분산시켜 투자 안정성을 높였으며, 한국 기업이 추천하는 프로젝트 매니저 선정 등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번 MOU 체결은 그간 통상 마찰의 요인이 되어왔던 관세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232조 관세가 15%로 조정되고, 목재 제품, 특정 항공기·부품, 제네릭 의약품, 일부 천연 자원 등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가 인하되거나 면제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관세 인하 조치는 수출 시장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반도체 232조 관세에 있어 주요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확보한 것은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경쟁력 유지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한미 전략적 투자 및 관세 인하 합의는 양국 간 신뢰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향후 산업 및 공급망 협력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3500억 달러가 국익에 부합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하며, 이는 앞으로 한국 경제가 직면할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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