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한국과 미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협력을 통해 경제 안보 강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 30일 관세 협상 큰 틀의 합의 이후 3개월 반 만에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만나 3500억 달러의 전략적 투자 운용에 대한 세부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것은 이러한 거시적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양해각서의 핵심은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양국 간 경제 안보를 강화하고, 동시에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총 3500억 달러의 전략적 투자는 2000억 달러의 투자와 한국 기업의 직접투자(FDI), 보증, 선박금융 등을 포함한 1500억 달러의 조선협력투자로 구성된다. 특히, 투자는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인 투자위원회의 추천과 미국 대통령의 선정을 거치도록 하여 신중성을 기했으며, 투자위원회는 한국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인 협의위원회와 사전 협의를 통해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만을 추천하도록 함으로써 투자금 회수의 안정성을 높였다. 상업적 합리성은 투자위원회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판단했을 때 충분한 투자금 회수가 보장되는 투자를 의미하며, 협의위원회는 양국의 전략적·법적 고려사항을 투자위원회에 제시하며 국내법과의 충돌을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투자 협력은 조선,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인공지능·양자컴퓨팅 등 양국의 경제와 국가안보 이익을 증진시키는 미래 전략 산업 분야에 집중된다. 이는 단순히 자본 투자를 넘어, 첨단 산업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사업 선정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이루어지며,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은 미국 투자처 선정 통지 후 최소 45영업일이 경과한 날 납입된다. 만약 한국이 투자금 납입 요청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미국은 미납 투자 금액을 채울 때까지 한국이 받을 이자를 대신 받게 되며 관세 인상 가능성도 열려 있어, MOU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이번 MOU는 외환시장 부담 경감을 위해 2000억 달러 투자를 연간 200억 달러 한도로 사업 진척도에 따른 자금 요청 방식으로 지출하도록 하고, 외환시장 불안 시 납입 시기나 규모 조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연성을 확보했다. 또한, 미국은 연방토지 임대, 용수·전력 공급, 구매계약 주선 및 규제절차 가속화 등 사업 추진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지원하며, 전체 프로젝트 관리를 위한 투자 SPV(특수목적법인)와 개별 프로젝트 SPV를 설립하여 위험 통합 관리(risk-pooling) 구조를 구축했다. 이는 특정 프로젝트의 손실을 다른 성공 프로젝트 수익으로 보전할 수 있게 하여 투자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다. 투자 수익 배분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5대 5, 상환 이후에는 1 대 9 비율로 배분하며, 20년 내 원리금 상환이 어려울 경우 수익 배분비율 조정도 가능하게 함으로써 투자 위험을 최소화했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과 더불어 미국은 한국이 요구해왔던 관세 인하를 공동 설명 자료에 명시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이미 지난 8월 7일부터 상호 관세를 15%로 인하했으며, MFN(최혜국대우) 관세가 15%를 초과하는 품목에 대해서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충족하는 경우 15%의 관세만 부과함을 명확히 했다. 특히,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232조 관세를 15%로, 목재 제품에 대한 232조 관세는 최대 15%로 조정했다. 향후 부과될 의약품 232조 관세는 최대 15%, 반도체 232조 관세는 주요 경쟁 대상인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나아가 특정 항공기·부품에 대한 상호 관세와 철강·알루미늄·구리 232조 관세를 면제하고, 제네릭의약품, 일부 천연자원 등 전략 품목에 대해서도 상호 관세를 면제하기로 함으로써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조치들은 한국 대미 수출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자동차, 의약품, 반도체 등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 혜택은 수출 증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추가적인 관세 인하 및 철폐는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또한, 미국 측의 연방토지 임대, 용수·전력 공급, 구매계약 주선 및 규제절차 신속 진행 등 유·무형적인 지원은 한국 기업의 사업 추진을 더욱 원활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국 업체를 우선 선정하고 한국이 추천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를 채용하게 함으로써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사업 기회 확대는 물론, 한미 조선협력(MASGA) 또한 한국 기업이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한미 전략적 투자 및 관세 협상은 양국 간의 신뢰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는 이러한 합의 정신을 바탕으로 향후 전략적 투자 MOU 이행 과정에서 상호 호혜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 및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3개월 반 동안 관세협상을 지켜보면서 응원해 준 국민과 정부와 원팀(one team)으로 함께 해준 기업인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3500억 달러가 국익에 부합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이 글로벌 경제 무대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동시에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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