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해저 지형에 우리말 이름이 새겨지는 쾌거를 이루며, 대한민국의 해양 조사 역량과 위상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인도양과 남극해 등 세계 주요 해저 지형 6곳에 ‘김정호 해산’, ‘세종 해산’ 등 고유한 우리말 명칭이 부여된 것은 해양수산부가 주도한 국제적인 노력의 결실이다. 이는 단순한 지명 등재를 넘어, 우리의 문화적, 과학적 성과를 세계 무대에 알리는 중요한 발판이 된다.
이번 성과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제38차 국제해저지명소위원회(SCUFN)’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승인되었다. 국제해저지명소위원회는 국제수로기구(IHO)와 유네스코 정부간해양학위원회(IOC)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기구로, 전 세계 해저 지형의 명칭을 제정하고 표준화하는 권위를 지니고 있다. 이곳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한 6건의 해저 지명이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해양 조사 데이터의 신뢰성과 과학적 분석 능력 또한 국제 사회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새롭게 우리말 이름이 부여된 해저 지명들은 다음과 같다. 인도양에는 ‘김정호 해산(Kimjungho Seamount)’과 ‘이중환 해저융기부(Yijunghwan Ridge)’가, 남극해에는 ‘세종 해산(Sejong Seamount)’, ‘국립해양조사원 해산(KHOA Seamount)’, ‘아라온 해저구릉(Aron Hill)’, ‘소쿠리 해저놀(Sokuri Knoll)’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명칭들은 해저 지형을 발견한 연구기관이나 탐사선의 이름, 또는 한국 지리학 분야의 위인 등과 같이 역사적, 과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해저 지명 표준화에 관한 국제 지침에 부합하는 것으로, 우리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해양 지명 속에 녹여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특히 인도양 해역에서 우리나라가 해저 지명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립해양조사원이 면밀하게 지형을 분석하여 제안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국제 해저 지명 등재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등재한 총 67건의 해저 지명 중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국립해양조사원장은 “이번 국제 해저 지명 등재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해양조사 기술력과 해양조사 분야 위상을 세계에 알린 의미 있는 결과”라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과학적 해양조사를 추진해 해저 지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국제 표준화 활동에도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해양 탐사 및 연구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하는 동시에, 미래 해양 자원 탐사 및 연구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임을 시사한다. 이번 사례는 동종 업계의 다른 국가들에게도 과학적 연구와 문화적 가치를 융합한 해저 지명 표준화 참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