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호흡기 감염병의 동시 유행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평년보다 이른 시기에 인플루엔자 유행이 시작되며 환자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45주차 의원급 표본감시 결과,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은 50.7명으로 전주 22.8명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하며 최근 10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계절성 질환의 변동을 넘어, 다가올 동절기 보건 시스템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질병관리청은 예년보다 빠르게 확산되는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17일 의료계 전문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교육부 등과 ‘호흡기감염병 관계부처 합동대책반 제7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인플루엔자를 포함한 주요 호흡기감염병의 발생 현황과 정부 차원의 대응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특히 45주차 기준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이 35.1%로 전주 대비 16.1%p 증가한 점은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현재 유행 중인 바이러스는 A형(H3N2)으로 일부 변이가 확인되었으나, 예방접종의 효과가 유지되고 치료제 내성 변이는 없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이번 인플루엔자 유행의 특징은 연령별 발생에서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7~12세(138.1명), 1~6세(82.1명), 13~18세(75.6명) 등 소아·청소년층에서의 높은 발생률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7~12세의 경우 지난 절기 정점 수준에 근접해, 학령기 전파가 이번 유행을 주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학교 및 보육 시설 등 집단생활 공간에서의 감염 확산 방지가 핵심 과제임을 시사한다. 국제적으로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일본,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인플루엔자 활동이 전년 대비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 유행 기간 역시 길어지고 지난해 절기와 유사한 큰 규모의 발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코로나19 입원환자는 45주차 기준 153명으로 감소세로 전환했으나, 65세 이상 고령층의 비중이 61.2%로 여전히 높아 고위험군 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또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증 입원환자도 45주차 216명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높은 수준을 보여, 인플루엔자뿐만 아니라 RSV 등 다른 호흡기감염병과의 동시 유행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동절기 유행에 대비하여 질병관리청은 지난해부터 관계부처 합동대책반을 운영하며 감염취약시설 모니터링, 백신 접종 독려, 예방수칙 홍보 등을 지속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감기약·해열제 등 의약품 수급을 점검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응급실 내 인플루엔자 환자 및 항바이러스제 수급 동향을 확인하고 있다. 교육부는 어린이집·유치원·학교용 인플루엔자 관리지침을 배포하고 학교 감염병 대응체계를 지속 점검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와 RSV 등 호흡기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현 상황에서, 고위험군은 인플루엔자·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반 국민에게는 마스크 착용, 손씻기, 환기 등 기본적인 예방수칙 준수를 적극적으로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65세 이상 어르신, 어린이, 임신부 등은 본격적인 유행 전에 예방접종에 참여해 달라”고 당부하며, “질병청은 인플루엔자 유행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계부처·의료계와 함께 유행 안정 시까지 대응체계를 지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다가오는 겨울철, 복합적인 호흡기 감염병 위협에 대한 범정부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