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산업계에 걸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확산되면서 공급망 내 공정거래와 상생협력이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여행업계 역시 대리점과의 거래 투명성을 제고하고 불공정 관행을 예방함으로써 대리점 영업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표준 규범 마련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여행상품을 기획·공급하는 여행사와 판매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대리점 간의 거래에 적용될 ‘여행업종 표준대리점계약서’를 새롭게 제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개별 기업의 성장을 넘어 업계 전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번에 제정된 표준대리점계약서는 총 21개 조, 68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거래 관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 및 예방하며 대리점의 영업 안전성을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엔데믹 이후 여행업종의 매출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대리점 기반 위탁판매 비중이 확대된 상황에서, 공정위는 지난해 업종별 대리점거래 실태조사 대상에 여행업을 포함하여 하나투어, 롯데관광개발, 롯데제이티비, 교원투어, 한진관광 등 5개 주요 여행사와 거래하는 1,089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불공정행위 경험 등을 조사했다. 이러한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업계 의견수렴과 문화체육관광부와의 협의를 거쳐 최종 표준계약서를 확정하게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표준계약서는 거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여행상품의 범위, 대리점에 위탁하는 업무 내용, 그리고 여행사와 대리점 각각의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했다. 특히, 현지 행사진행 등 여행사의 고유 업무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에 대한 여행사의 배상 책임을 명시하여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 또한, 판매수수료는 현금 지급을 원칙으로 하되, 그 종류와 산정 방식, 지급 절차 등 세부적인 내용은 부속약정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규정하도록 하여 합리적 이유 없는 일방적인 불리 약정 체결을 제한함으로써 수수료 관련 분쟁을 예방하고자 했다. 대리점 영업장 시설 기준과 인테리어에 있어서도 여행사가 정한 최소 기준을 따르도록 하되, 특정 업체 시공 강요를 금지하고 시공 후 5년이 경과하지 않은 경우 재시공 요청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여 대리점의 부담을 완화했다.
불공정행위 방지를 위한 조치도 강화되었다. 대리점에 대한 경제적 이익 제공 강요, 판매 목표 강제, 경영 간섭, 보복조치, 허위·과장 정보 제공, 그리고 대리점 단체 설립 방해 행위 등이 명백히 금지되었다. 더불어, 수시로 변경되는 부속약정서로 인해 대리점이 불리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속약정서 교부 후 최소 2개월이 지나야 약정서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합리적 이유 없이 본 계약보다 불리한 새로운 조건을 추가하는 것도 금지했다. 안정적인 영업 보장을 위해서는 최초 계약일로부터 2년 범위 내에서 계약갱신 요청권을 부여하고, 계약기간 만료 60일 전까지 갱신 거절 또는 조건 변경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종전 조건으로 자동 연장되도록 하는 등 대리점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중도 해지 시에는 2회 이상 서면으로 시정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고, 즉시 해지 사유는 영업 폐지, 부도, 파산 등으로 제한하여 안정적인 영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여행업종 표준대리점계약서의 제정은 개별 계약에 반영될 경우 분쟁 해소와 상생 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업종에 대한 규정 마련을 넘어, 대리점법 시행 이후 18개 업종에 걸쳐 추진되어 온 업종별 표준계약서 제정 노력이 19번째 업종으로 확대되었음을 보여준다. 공정위는 표준대리점계약서의 적극적인 홍보와 사용 권장을 통해 업계 전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나갈 것이며, 향후에도 변화하는 현실에 부합하도록 기존 표준계약서를 개정하고 새로운 업종에 대한 표준계약서 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유사한 표준 규범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ESG 경영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가운데 여행업계가 공급망 관리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