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시장에서는 하청 근로자의 실질적인 교섭권을 보장하고 원·하청 간 상생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ESG 경영 트렌드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러한 거시적 흐름 속에서 고용노동부가 내년 3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에 맞춰 ‘노동조합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주목할 만한 실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의 실질적인 교섭을 촉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부터 ‘경영계-노동계 현장지원 TF’를 운영하며 노·사 현장 및 관계 부처,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를 거쳐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 핵심은 현행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의 틀 안에서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의 교섭은 원청 사용자의 사업(장)을 기준으로 하되, 양측의 자율적인 교섭이나 공동교섭에 대한 동의를 존중하여 정부가 최대한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만약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를 통해 하청노조의 실질적 교섭권을 보장하게 된다. 이때 원청노조와 하청노조 간에는 교섭권의 범위, 사용자의 책임 범위, 근로조건, 이해관계 등에서의 차이를 고려하여 원칙적으로 교섭단위를 분리한다. 또한, 개별 하청별 분리, 유사 하청별 분리, 전체 하청노조로의 분리 등 현장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교섭단위를 분리하여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방침이다. 하청노조에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에도 원청 교섭단위 내에서 원청노조와 하청노조가 연대하여 교섭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이번 시행령은 교섭 전 사용자성 여부를 둘러싼 노사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포함한다. 노동위원회가 특정 근로조건에 대해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할 경우, 원청으로 하여금 사용자로서 교섭 절차를 진행하도록 지도한다. 또한,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를 넘어서는 교섭사항에 대해서도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가 자율적으로 협의할 경우, 교섭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사용자의 정당한 이유 없는 교섭 거부에 대해서는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지도 및 부당노동행위 사법처리를 통해 교섭이 촉진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은 노사 자치의 원칙을 교섭 과정에서 최대한 살리면서, 개정 노동조합법의 취지에 따라 하청 노조의 실질적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 교섭 틀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연내 사용자성 판단 및 노동쟁의 범위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노사가 법 시행 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함으로써 상생과 성장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은 국내 노동시장의 선진화를 앞당기고, 기업들의 ESG 경영 실천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