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의 새로운 공식, 디테일이 이끄는 소프트파워 전략'2025 최고의 K-드라마'에 오른 '폭싹 속았수다'의 미술 작업을 맡은 류성희(오른쪽)·최지혜 미술감독.

K콘텐츠의 성공 공식이 진화하고 있다. 흥미로운 서사를 넘어 이제는 ‘경험의 설계’가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시청자를 이야기 속으로 완벽하게 몰입시키는 초현실적 디테일이 글로벌 시장을 움직이는 새로운 동력이다. 이는 단순한 제작 기술의 발전이 아닌, 브랜드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경영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성공은 이러한 트렌드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 작품의 미술팀은 1950년대 제주를 재현하기 위해 단순한 세트 제작을 넘어섰다. 배우가 걷는 땅의 질감, 경사까지 구현하고자 수백 톤의 흙을 쌓아 지형부터 만들었다. 이는 화면에 보이지 않는 공기와 분위기까지 설계해 배우의 연기와 시청자의 몰입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투자다. 한 달이 넘는 자료조사와 소품 하나하나에 담긴 시대적 고증은 비용이 아닌, 콘텐츠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무형자산 구축 활동이다.

이러한 ‘디테일 경영’은 한국적 특수성을 세계적 보편성으로 확장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과 맞닿아 있다.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하되, 해외 시청자도 공감할 수 있는 시각적 완성도를 추구한다. 이는 문화적 장벽을 낮추고 IP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 전략의 파급력은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한다. 우선, 콘텐츠 IP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강력한 매개체가 된다. ‘폭싹 속았수다’ 공개 이후 제주도 외국인 관광객 방문율이 유의미하게 상승한 것이 그 증거다. 이는 잘 만들어진 콘텐츠 하나가 관광, 소비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입증한다.

그러나 K콘텐츠의 눈부신 성공 이면에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중대한 ESG 시사점이 존재한다. 제작 현장의 유연함과 순발력은 경쟁력이지만, 체계적인 인프라 부재와 인력의 소진에 의존하는 구조는 한계가 명확하다. 미국과 같이 시대별 소품이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인프라가 부족해 매번 ‘제로베이스’에서 창조해야 하는 현실은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결론적으로, K콘텐츠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지속가능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열정과 재능에 기댄 성장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인재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사회적 책임(Social)과 안정적인 제작 환경을 구축하는 산업적 거버넌스(Governance) 확립이 시급하다. 디테일의 힘을 극대화하고 창작자를 보호하는 선진화된 산업 생태계 구축이야말로 K콘텐츠의 미래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전략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