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무인 시스템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군사적 효용성을 넘어 첨단 기술 발전과 국제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무인기 전문 기업인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손을 잡고 글로벌 무인기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는 한국과 미국 기업 간의 방산 협력이 단순한 동맹을 넘어 실질적인 사업 협력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협력은 특히 단거리 이착륙(STOL)이 가능한 무인기 ‘그레이 이글-STOL(GE-STOL)’의 공동 개발 및 생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GE-STOL은 기존 무인기와 달리 약 100m의 짧은 활주로만으로도 이착륙이 가능하여, 함상, 야지, 해변, 주차장 등 다양한 환경에서의 운용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지닌다. 이는 기존의 1km 이상 활주로를 필요로 하는 무인기들의 제약을 극복하고 운용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장시키는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양사는 2027년 초도비행을 목표로 GE-STOL 시연기 개발에 착수하며, 이후 생산 및 마케팅 협력을 통해 2028년 첫 인도까지 계획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랜딩기어, 연료 계통을, 한화시스템은 항공전자장비와 임무 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러한 전략적 제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무인기 사업 투자 계획과도 맥을 같이 한다. 회사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3000억원을 포함, 총 7500억원을 무인기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며, GE-STOL 기체 조립 및 생산을 위한 국내 생산시설 설립도 추진할 방침이다. GA-ASI는 향후 10년간 GE-STOL에 대한 15조원 규모의 글로벌 수요를 예측하고 있으며, 미국, 영국 등 NATO 동맹국과 일본, 호주 등 다수의 국가들이 GA-ASI의 무인기를 운용 중이다. 특히 주한미군이 운용 중인 그레이 이글 무인기의 경우, 향후 우리 군이 GE-STOL을 도입하게 된다면 양측의 연합작전 수행 능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이번 협력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항공산업 생태계 강화에 대한 기대를 표명하며, 전투기 엔진, 레이더, 항공전자장비 등 보유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종합 무인항공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데이비드 알렉산더 GA-ASI 사장 역시 한국 내 개발 및 생산 역량 구축을 위한 협력을 약속하며, GE-STOL을 전 세계 고객에게 신속하게 공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첨단 무인기 시스템의 공동 개발 및 생산을 통해 글로벌 무인기 시장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