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강국들이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국익 증진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대한민국 역시 ‘한국 우선주의(Korea First)’ 정책을 통해 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실용 외교안보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는 단순히 개별 사건에 대한 대응을 넘어, 거대한 국제 질서 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넘어 ‘미국 유일주의(America Only)’를, 중국이 ‘중국 우선주의(China First)’를 표방하며 국익 중심의 대외 정책을 펼쳐왔음을 지적한다. 인도 역시 ‘글로벌 사우스’의 맹주를 자처하며 국익 증진에 힘쓰는 상황에서, 대한민국도 이제는 국민이 주인이라는 기치 아래 국민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실용 외교안보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이념 중심의 외교로 인해 남북 관계가 단절되고 주변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해외 진출 기업 및 교민들의 이익이 침해받았던 과거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은 먼저 국내 질서를 바로잡고 국민 통합을 이루며 외교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인재 육성과 첨단 기술 개발, 경제력 향상은 물론, 자주 국방의 각오로 자강력을 증진하고 국방력을 키워 정예 강군을 건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군 개혁을 통해 문민 통치를 확립하고, 인공지능(AI) 기술과 첨단 장비로 무장시켜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예 강군을 육성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킨다’는 정신으로 무장하고 정찰 감시장비 및 작전기획, 지휘 능력을 조속히 갖추며, 한미 동맹을 견실히 유지하고 대북 억지를 확고히 지키는 빈틈없는 국가안보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확고한 안보 태세를 기반으로, 그간 단절된 남북 관계를 인내심을 가지고 정상화하여 화해·협력 관계로 재정립하고 평화 공존을 제도화하며,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가능하다면 호혜적으로 공동 성장하는 평화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제안이다.
외교적으로는 경제 외교 역량을 강화하고 실용 외교를 통해 주변 4강국과의 관계를 최적화하며,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모색해야 한다. 세계 질서에 적극 참여하고 기여하며 재외국민과 동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전방위 실용 외교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대외 전략의 주축으로 유지하면서 첨단 기술 및 우주 동맹으로 발전시키고, 개선된 자강력을 기반으로 미국의 동맹 관계 조정 요구에 슬기롭게 대응해야 함을 시사한다. 미국이 동북아에 신냉전 구도를 구축하려 하더라도 이에 순응하기보다는 21세기 평화와 공동 번영의 시대정신에 맞는 국제 및 지역 협력 공동체 구축을 설득해야 한다.
또한, 한미일 안보 협력은 국익에 입각해 유지하되, 한일 관계는 영토 및 과거사 문제는 원칙에 입각해 대응하면서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은 미래지향적으로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불편했던 한중 관계는 시진핑 주석의 APEC 참석 등을 계기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회복하고, 비우호 관계로 전락한 한러 관계도 진출 기업과 교민의 이익을 보호하며 전쟁 종료 후 관계를 정상화하고 호혜적 협력을 재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후·환경 등 신안보 의제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증진하며, 다양한 다자 협력 외교와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 간 교량국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해외 교민 및 동포 이익 증진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처럼 전방위 우호 협력을 도모하는 실용 외교야말로 국민의 이익을 최대한 증진할 수 있는 대외 전략이며, 대한민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국익을 수호하고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