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출생아 및 혼인 증가세는 33년 만에 찾아온 반가운 현상으로, 이는 사회 전반에 걸쳐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30~34세 여성의 출산율이 3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은 이러한 추세가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설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이 지속되고 부모들이 일상에서 “아이를 낳길 잘했다”고 체감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출산율 수치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즉, 거창한 구호보다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필수적인 ‘생활 밀착형 인프라’의 확충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개방·공중화장실 3,708곳 중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된 곳은 1,123곳(30%)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남성 화장실에만 설치된 경우는 23곳에 그친다. 이는 아이와 함께 외출하는 아버지들이 겪는 불편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무더운 여름날 기저귀 교환대를 찾아 헤매거나, 여성 화장실에만 국한된 시설 때문에 난처함을 겪는 사례는 이제 개인적인 불편을 넘어선 사회적 과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스포츠 시설의 가족 탈의실, 공공시설 내 유아용 세면대 등 눈높이를 맞춘 ‘생활 장치’는 단순한 편의 시설을 넘어 ‘생활 인권’의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생활 SOC(사회간접자본)’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높아진 출산율 반등세 역시 언제든 꺾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편, 정책적 노력 또한 인프라 구축과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올해 국가공무원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것은 긍정적이지만, 예산 삭감 및 부족으로 인해 가족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교환대 및 유아 세면대 설치 예산이 ‘부대비’로 분류되어 삭감 1순위가 되기 쉬운 현실은 정책의 실효성을 저해한다. 수도권과 지방, 대형 시설과 동네 상가 간의 인프라 격차 또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가치에 불평등을 야기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실질적인 예산 확보와 인프라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긍정적인 변화의 가능성은 이미 아버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아버지 역할, 소통, 놀이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자발적인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서울시에서 진행된 ‘유아차 런’이나 ‘탄생응원 서울축제’와 같은 행사는 새로운 양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한, 서울시 100인의 아빠단이 서울대공원 캠핑장에서 1박 2일 공동 양육 체험을 통해 “양육 스트레스가 줄고 관계가 깊어졌다”는 긍정적인 후기를 쏟아낸 것은, 이러한 경험들이 더욱 확대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열망을 보여준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러한 부모들의 열정과 행동을 일상생활에서의 편의로 연결해 줄 수 있는 생활 인프라를 구축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출산율 반등세를 지속 가능한 양육 문화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네 가지 기본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첫째, 국공립 시설, 대중교통 환승 거점, 대형 민간 시설에 가족 화장실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남녀 화장실 모두 유아 거치대, 교환대, 유아 세면대, 벽면 발판을 같은 비율로 갖추도록 ‘생활 SOC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성평등 인프라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둘째, 아버지 교육 프로그램 예산을 증액하고 주말 자녀 동반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공공 및 위탁 시설에서 성 평등 돌봄 교육을 강화하고 아버지들이 육아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교육·체험 프로그램에서 체감한 만족도를 인프라 개선 요구로 연결하는 ‘정책 → 행동 → 문화 → 정책 순환 구조’를 확립하여 문화와 정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돌봄 시민권’ 캠페인을 확산하여 아이를 돌보는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출산율 반등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탄이지만,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가 미비하다면 “출산은 기쁜 일”이라는 메시지는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아이를 낳으면 축하받고, 어디서든 편하게 기저귀를 갈 수 있는 도시와 나라, 즉 기본적인 ‘생활 장치’가 갖춰지는 순간, 출산율 그래프보다 더 큰 ‘행복지표’가 우리 삶을 채울 것이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생활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