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민권의 위상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헨리 여권지수(Henley Passport Index)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여권의 순위 하락이라는 주목할 만한 지표를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특정 국가의 이동의 자유 변화를 넘어, 국제 관계 및 경제 활동의 지형 변화라는 더 큰 흐름 속에서 해석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이 강조되는 추세는, 국가 간의 관계 및 영향력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거시적인 맥락 속에서, 2014년 부동의 1위를 자랑했던 미국 여권이 2024년 현재 말레이시아와 함께 공동 12위로 내려앉은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전 세계 227개 목적지에 무비자 또는 도착 비자 입국이 가능하다는 점은 여전하나, 과거의 압도적인 위상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결과다. 과거에는 강력한 경제력과 외교적 영향력이 여권의 힘으로 직결되었지만, 이제는 국제 사회의 다변화와 새로운 질서 형성에 따라 이러한 상관관계가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헨리 여권지수의 순위 변동은 동종 업계, 즉 국제 관계 및 외교 정책을 다루는 국가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미국 여권의 순위 하락은 단순히 이동의 편리성을 넘어, 해당 국가의 외교적 위상, 경제적 파트너십, 그리고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로서 해석될 수 있다. 앞으로 이러한 여권지수의 변화 추이는 각 국가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얼마나 부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어떻게 강화해 나가는지에 대한 평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ESG 경영 확산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국가 역시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외교 및 정책 운영을 통해 ‘글로벌 시민권’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