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ESG 경영 확산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농업 분야에서도 예외 없이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이끌고 있다. 최근 개최된 ‘2025 대한민국 농업박람회’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요구 속에서 K-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며, 기술, 문화, 사람을 융합하는 혁신적인 현재와 미래를 조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농업과 삶’, ‘농업의 혁신’, ‘색깔 있는 농업’, ‘활기찬 농촌’이라는 네 가지 주요 주제관을 통해 정책 소개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과 깊이 연결된 농업의 가치를 다채롭게 보여주었다. 특히 ‘농업과 삶’ 주제관에서는 올해의 농산물인 감자의 다양한 품종과 이를 활용한 식품, 화장품 등 혁신적인 상품들을 선보이며 감자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재조명했다. 붉은 껍질의 ‘서홍’, 황금색 ‘골든에그’ 등 생소한 품종들은 물론, 감자로 만든 수제 맥주와 화장품은 소비자들이 감자를 더욱 친숙하게 여기고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이끌었다. 또한, 공익 직불제에 대한 현장 설명과 꿀 등급제와 같이 소비자의 알 권리를 강화하고 농산물 품질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제도들은 농업 분야에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우리 쌀 또한 지역별 품종의 특색과 그에 맞는 요리법을 소개하며, 단순한 식량 생산을 넘어 문화적 가치로서의 쌀을 조명했다.
‘농업의 혁신’관에서는 첨단 기술이 농업과 만나 만들어가는 미래 먹거리의 풍경을 생생하게 펼쳐 보였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선별 로봇은 상처 난 과일을 0.1초 만에 골라내는 놀라운 속도를 자랑했으며, 이는 사람이 17개의 불량 과일을 선별할 때 AI 로봇이 43개를 선별해내는 효율성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기술의 도입은 생산성 향상을 넘어 농산물의 품질 관리까지 혁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품종 개발을 위한 과실 특성 조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관람객들은 직접 과일의 무게, 길이, 품종명 등 외관 특성을 조사하고 과즙을 짜 당도를 측정하는 과정을 통해 농업 생산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체험했다. ‘그린시스’라는 품종의 배가 가진 특징과 젊은 세대 및 해외시장에서의 높은 선호도는 품종 개발이 단순히 기술적인 성과를 넘어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색깔 있는 농업’ 관에서는 K-푸드를 중심으로 한 도시농업, 화훼 등 농업의 다채로운 면모를 선보였으며, 캔에 담긴 홍어와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는 전통적인 농산물을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창의성을 보여주었다. ‘활기찬 농촌’ 관에서는 농촌 소멸 위기에 맞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과 아이디어들이 소개되었다. 특히, 전국 7만 8천 95곳에 달하는 농어촌 빈집을 활용하여 귀농·귀촌 희망자와 빈집 소유자를 연결하고 기관이 관리와 운영을 돕는 ‘농촌 빈집은행’ 정책은 유휴 자원을 재활용하고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받았다. 이는 농촌이 더 이상 떠나는 곳이 아닌,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돌아오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정책이었다.
이번 ‘2025 대한민국 농업박람회’는 개별적인 기술이나 정책 소개를 넘어, 농업이 국민의 삶과 직결된 가치이자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 산업임을 명확히 했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마크 사용 장려, 유기농·무농약 마크 적극 홍보, 꿀 등급제와 같은 제도들은 농업 분야의 ESG 가치 실현 노력을 구체화하며,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농산물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지역별 특성을 살린 농산물의 산업화 가능성은 농촌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하며 K-농업의 밝은 미래를 전망하게 했다. 이 박람회는 매일 마주하는 먹거리에 대한 국민의 작은 관심들이 모여 대한민국 농업의 강력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으며, 농업이 끊임없이 혁신하며 K-농업의 역동적인 현재와 미래를 열어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