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 등 인체 유해 물질의 독성 평가를 위한 윤리적이고 과학적인 대안 마련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 속에서 건국대학교 첨단바이오공학부 도정태 교수 연구팀이 동물실험 대체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난자 없이 줄기세포만으로 제작된 ‘인공배반포(blastoid)’를 활용하여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 A(BPA)의 배아 독성을 평가하는 플랫폼 개발에 성공했다. 이 성과는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Environment International에 게재되었으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낸 사람들(한빛사)’ 논문으로도 선정되는 등 학계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비스페놀 A의 생식 및 발달 과정에 대한 부정적 영향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가운데,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에는 환경호르몬의 독성 평가를 위해 동물실험을 통해 난자나 수정란을 채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건국대 연구팀은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줄기세포만으로 인공배반포를 제작하여 환경호르몬이 초기 배아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 결과, 비스페놀 A는 인공배반포의 형성 및 체외 착상 과정을 모두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세포 내 활성산소(ROS) 증가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임을 규명했다. 또한, 항산화제인 글루타치온(GSH) 처리를 통해 활성산소 증가를 억제하고 배반포 형성 및 착상 효율을 회복시키는 결과도 확인했다.
도정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동물 난자를 사용하지 않고도 초기 배아 발달 단계에서의 독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과학적 의의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는 향후 환경호르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체 유해 물질의 비임상 독성 평가와 생식독성 연구를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동물실험 대체 기술 개발은 환경과학 및 생식의학 분야 모두에서 혁신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고부가가치식품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강유경, 이예지 석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하고 도정태 교수가 교신저자로 연구를 총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