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가 각자의 고유한 생태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이러한 생태계를 간과한 정책은 결국 실효성을 잃고 만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원도심 공동화 현상이나 혁신도시의 비효율적인 운영 사례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생태계라는 거시적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마치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의 선거 전략가 제임스 카빌이 “The economy, stupid(경제야, 바보야!)”라는 슬로건으로 국민의 관심을 경제 문제로 집중시킨 것처럼, 핵심을 놓치기 쉽다. 당시 미국 경제의 침체와 실업 증가라는 현실 속에서 이 슬로건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클린턴 당선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이는 특정 정책이나 사업의 성공 여부가 단순히 표면적인 현상에만 국한되지 않고, 더 큰 맥락과 구조 속에서 이해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개별 사건이 속한 더 큰 산업적, 사회적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의 최근 칼럼은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과거 클린턴 캠페인의 성공 요인 분석과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연결 짓는다. 그는 성공적인 생태계를 이루는 세 가지 필수 조건으로 ‘종 다양성’,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 그리고 ‘개방성과 연결성’을 제시한다.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대기근이 단일 품종 감자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인한 종 다양성 붕괴의 참혹한 결과를 보여주듯,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 연결되고 순환하며 외부와도 교류할 때 비로소 생태계는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현대 사회의 많은 정책 결정과 산업 발전 과정에서 이러한 생태계적 접근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지방의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혁신도시는 배우자의 일자리 부재로 인해 젊은 부부들이 정착하지 못하는 ‘독수공방’ 신세로 전락하기 일쑤다. 신도심 건설 경쟁은 기존 원도심의 공동화를 심화시키며 유령 도시를 만들고 있다. 또한, 자동차 없이는 출퇴근조차 어려운 지역 현실에서 청년들이 원하는 ‘통근 전철’ 사업은 타당성 검토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단편적인 개발 논리만으로는 지역 사회의 복잡한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발전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러한 생태계적 관점의 부재는 기술 산업에서도 두드러진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 대만 TSMC에 뒤처지는 현상은 단순히 기술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파운드리 사업은 팹리스, 디자인 스튜디오, IP 기업, 패키징 및 후공정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잡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IP 파트너 수나 패키징 기술 등에서 TSMC의 생태계에 비해 현저히 밀리는 상황은, 기술 혁신의 이면에 숨겨진 ‘생태계 전쟁’의 중요성을 간과했음을 보여준다.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전체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문제는 생태계야, 바보야!”라는 외침은 개별 현상을 넘어 거시적인 시스템적 사고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역설하며,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이러한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하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