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심화와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 압박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는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2026년 건강보험료가 1.48% 인상되는 것을 두고 보험료 동결과 인상 주장이 팽팽히 맞섰으나, 증가하는 진료비와 미래의 재정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보험료 인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단순히 개별 사건이 아닌, 사회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재정 관리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는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의 20%를 넘어섰으며, 이들이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22년 기준 42.1%에 달한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진료비 지출은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건강보험은 암, 심뇌혈관질환, 희귀난치질환 환자의 본인부담을 줄이는 산정특례, 본인부담 상한제 확대, 비급여 진료의 급여화 등 국민들이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성 강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또한, 1회 투여에 19억 8000만 원에 이르는 졸겐스마와 같은 초고가 신약의 급여화 역시 건강보험 지출을 늘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료 공급 구조 개혁에도 상당한 재정이 투입될 전망이다. 분만, 소아, 응급 분야에 대한 수가 집중 인상,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연 3조 3000억 원), 포괄2차병원 지원(연 7000억 원), 필수 특화 분야 지원(연 1000억 원 내외) 등 향후 3년간 약 10조 원 규모의 재정 투입이 예상된다. 더 나아가, 의료행위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공급 유지의 어려움이 있는 어린이병원의 적자를 100% 보전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범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국민들이 적기에 필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지출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이러한 재정 소요 증가가 보고되었고, 모든 위원들이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정책 결정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중요하다. 즉, 지출 증가가 예상되는 정책들에 대해 재정 확충의 필요성 역시 상식적인 수준에서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현재의 재정 여력만으로는 이러한 지속적인 지출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4년 건강보험 지출은 97조 3626억 원이었으나, 준비금은 29조 7221억 원으로 급여비의 3.8개월분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2026년부터 적자로 전환되어 2033년이면 준비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위기가 다시 발생한다면, 건강보험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함명일 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는 “준비금이 다 소진된 후에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면 대폭적인 인상이 불가피하며, 이는 현재 세대가 미래 세대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까지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예측의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과거 추세와 인구 구조 변화라는 거시적 요인을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준비금이 충분하더라도 향후 수익 증가를 확신하지 못한다면 적극적인 변화와 혁신은 어렵다는 분석 또한 제기된다. 이는 과거 15년간 등록금 동결로 경쟁력을 잃어간 사립대학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결론적으로, 건강보험의 지출은 보장성 강화와 구조개혁 정책으로 단기적 증가가 예상되며, 고령화로 인해 장기적으로도 감소할 가능성이 없다. 경제 성장이나 근로 인구 증가라는 변수가 없다면, 증가하는 지출에 맞춰 수입 또한 늘려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현재의 보험료 동결은 현실성이 없으며, 보험료 인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임을 시사한다. 이는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래 세대가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를 보장받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