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2026년 정부 예산안은 단순히 단기적 경기 부양을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전환을 위한 ‘방향 전환형 확장’ 재정 기조를 명확히 하고 있다. 총지출 728조 원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하는 이번 예산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사회안전망 강화와 함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신산업 투자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복지 수요 증가와 기후위기 대응, 산업 구조 전환 등 산적한 국가적 과제에 대한 책임 있는 대응이자, 민간의 자생력만으로는 어려운 일자리 창출과 지속 성장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거시적 맥락 속에서 2026년 예산안은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파격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의 주축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AI 예산은 3조 3000억 원에서 10조 1000억 원으로 3배 이상 확대되었으며, 고성능 GPU 1만 5000장 추가 확보와 ‘AX 스프린트 300’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AI 기술의 신속한 산업 및 생활 적용을 목표로 한다. 더불어 35조 3000억 원 규모의 역대 최대 R&D 투자와 ‘ABCDEF(인공지능·바이오·문화콘텐츠·방위산업·에너지·첨단제조업)’ 핵심 기술 고도화, 5년간 100조 원 이상의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유망 기업 육성은 우리 경제의 혁신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모두의 성장’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도 주목할 만하다. 아동수당 지급 연령 상향, 청년미래적금 신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 시행, 지역거점 국립대 육성 및 지방 의료·교통 인프라 강화 등은 사회 전반의 포용성을 높이고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 또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RE100 산단 및 분산형 전력망 구축, 전기차 전환 지원금 확대, 녹색금융 강화는 기후위기 대응과 더불어 민간의 친환경 전환을 촉진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 재난대응, 첨단국방, 한반도 평화 인프라 투자는 국가 안보와 미래 성장 기반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이다.
이번 예산안은 확장재정의 재정 건전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 또한 병행한다. 연례성 행사·홍보성 경비 축소, 중복·저성과 사업 1300여 개 정비, 의무지출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약 27조 원을 절감하여 핵심 과제에 재투자하는 ‘체질 개선’을 시도한다. 이는 ‘줄일 것은 줄이고, 키울 것은 키우는’ 원칙을 통해 확장재정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물론, 총수입 증가율이 총지출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금리 및 환율 변동성은 국채 조달 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따라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세입 기반 확충과 지출 효율화라는 두 축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세원 포착 강화, 사회보험 재정구조 개선, 성과 중심 예산평가 제도화 등은 ‘확장 후 정상화’ 시나리오의 성공을 위한 필수 과제다.
결론적으로, 2026년 예산안은 단순한 재정 확대가 아닌, AI 혁신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미래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방향 전환형 확장’ 재정 정책의 의지를 담고 있다. 속도와 질의 균형을 이루며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누수를 막고, 미래 투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며, 중장기적으로 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일관된 실행이 이뤄질 때, 이번 예산은 재정 불안이 아닌 체질 개선을 위한 성공적인 투자로 평가받을 것이다. ‘빚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성장의 조건을 바꾸자는 제안은 2026년 예산안이 추구하는 현실적 타협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