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는 특정 산업 분야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전례 없는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예측 불가능한 기상 이변은 인간 사회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다양한 생명체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곤충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보여주는 ‘기후 변화 생물지표종’으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곤충은 물과 토양 정화, 꽃가루 매개, 먹이사슬의 핵심 고리로서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미래 식량 자원과 산업 소재로서의 잠재력 또한 크다. 9월 7일, ‘곤충의 날’을 맞아 국립과천과학관이 개최한 기획전 ‘잠자리를 따라가면 보이는 것들’은 바로 이러한 곤충의 가치와 기후 변화 속 곤충의 생태적 변화를 조명하며, 인류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국립과천과학관의 기획전은 약 4억 년 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곤충의 역사를 보여주며, 극한 환경 속에서도 단단한 외골격과 놀라운 변태 과정을 통해 생존해 온 곤충의 적응력을 강조한다. 그러나 곤충의 뛰어난 적응력조차 기후 변화 앞에서는 속수무책임을 이번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서식지를 잃거나 이동해야 하는 곤충 개체 수가 급감하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으며, 이는 곧 생태계 전반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특히, 먹그림나비, 푸른큰수리팔랑나비, 무늬박이제비나비, 푸른아시아실잠자리는 따뜻한 기온을 찾아 북상하며 서식지를 옮기고 있지만, 큰그물강도래와 철써기와 같은 종은 기온 상승에 적응하지 못하고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 고유종과 멸종 위기종에게 닥친 현실이다. 조선 시대 그림에도 등장할 만큼 흔했던 붉은점모시나비는 먹이 식물의 감소로 인해 한반도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며, 한국꼬마잠자리는 수온 상승으로 유충의 생존율이 급감하여 멸종 위기에 놓였다. 이처럼 고유종의 멸종은 곧 전 세계적인 생물 다양성의 손실을 의미하기에 더욱 중대한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곤충의 생태 변화는 결국 인류가 야기한 온실가스 배출과 깊은 관련이 있다. 끊임없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구의 온도를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고, 이는 해수 온도 상승과 해수면 상승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기후 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에 맞서기 위해, 전 세계는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아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줄여 ‘0’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한다. 국립과천과학관의 이번 전시는 곤충을 통해 기후 변화가 생태계를 넘어 인간의 삶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일상 속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한다. 대중교통 이용, 다회용품 사용, 대기전력 차단 등 작은 실천들이 모여 지구의 미래를 지키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전시는 마무리된다. 10월 26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천 의지를 다지는 귀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