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확산되는 디지털 행정 서비스는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새로운 장벽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업무 효율성이 증대되는 시대 속에서, 행정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의 어려움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기술 격차를 넘어, 사회 구성원 모두가 포용되는 행정 서비스 구축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김윤서 주무관은 무인민원발급기 앞에서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 민원인을 보며 이러한 문제점을 절감하고 있다. 그는 업무 시작 전 챗GPT를 활용하여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경험을 했지만, 곧바로 현장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에 난항을 겪는 어르신들을 마주했다.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발급을 위해 무인민원발급기를 이용하려 했으나, 기기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해 난처한 상황에 놓인 어르신의 모습은 기술 발전의 이면에 존재하는 소외 계층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비단 무인민원발급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모바일 신분증 발급을 원하는 어르신들 역시 애플리케이션 설치, 본인 인증, QR코드 촬영 등 익숙하지 않은 절차 앞에서 어려움을 토로한다.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두려움과 낯섦은 행정 서비스 접근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디지털 시대라는 트랙 위에서 빠르게 뛰어가는 젊은 세대와 달리, 불편하고 무거운 신발을 신은 듯 첫걸음을 망설이는 어르신들의 모습으로 비유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행정의 급속한 확산 속에서 공무원의 역할은 단순한 행정 처리를 넘어, 어르신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돕는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라톤에서 페이스 메이커가 주자가 지쳐갈 때 곁에서 함께 뛰는 것처럼, 공무원은 어르신들이 기술 발전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곁에서 격려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사람의 온기를 대체할 수 없는 기술 발전 시대에, 공무원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천천히 간다 해도 늦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김윤서 주무관은 어르신들이 ‘나는 이런 걸 못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처음이 어렵지,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행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어르신들이 소외되지 않고 동등한 행정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공무원들은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포용성을 증진시키고, 모든 구성원이 함께 발전하는 디지털 행정 시대를 구현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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