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 0.72명(2023년 기준)을 기록한 한국의 저출생 현상은 단순한 인구 통계 수치를 넘어 국가 시스템 전반에 걸친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엄중한 상황 인식 하에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 1.0명 회복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저출생이라는 거대한 위기를 맞아 기존의 제도, 관행, 문화를 혁신함으로써 국가 시스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번 정부의 저출생 극복 대책은 ‘정책적 대응’과 ‘사회인식 변화’를 양대 축으로 삼아 범국가적 역량을 결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책적 대응’ 분야에서는 기존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일·가정 양립 ▲양육부담 완화 ▲주거안정 등 3대 핵심 분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자녀 돌봄 시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신기·육아기 근로자의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 활용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가족친화인증 지원 및 자영업자·특수고용 노동자를 위한 육아지원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한 구체적인 정책 추진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업 구조 혁신,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한 지역 균형 발전 등 저출생의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사회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 역시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가족과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경제계, 종교계, 방송계, 학계 등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낸 ‘저출생 극복 추진본부’ 출범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실제 혼인 건수와 출생아 수가 증가하는 반가운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24년 사회조사 결과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률 증가(52.5%, 2년 전 대비 2.5%p 증가)와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응답률 증가(68.4%, 2년 전 대비 3.1%p 증가)는 이러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뒷받침한다. 더불어 6개월 연속 혼인 건수 증가, 3개월 연속 출생아 수 증가, 3분기 합계출산율 0.76명(전년 0.71명 대비 증가) 기록은 저출생 추세 반전의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저출생 대책은 단순한 현상 대응을 넘어, 인구 구조 변화라는 장기적 과제에 대한 적극적인 적응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비하여 청년 니트족, 30·40대 여성, 고령층 등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계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하고, 이민정책 개편을 통한 외국인력 활용도 증대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을 장기적이고 유기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등 근본적인 인구정책 거버넌스 개편 역시 조속히 마무리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저출생 문제는 심각한 위기이지만, 동시에 제도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과거 ‘한강의 기적’과 ‘IMF 외환위기’ 극복 경험을 통해 보여준 위기 극복 DNA를 바탕으로, 이번 ‘저출생 인구위기’ 또한 성공적으로 극복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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