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산업계 전반에 걸쳐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으며, 이는 국제 표준화 논의에서도 핵심적인 흐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한국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인 기술이사회(TMB)에 연임하는 데 성공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르완다 키갈리에서 개최된 ISO 총회에서 한국의 기술이사국 연임이 확정됨에 따라, 한국은 2028년까지 기술이사국으로서 ISO의 기술 정책 결정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연임은 한국의 국제 표준화 역량을 국제사회로부터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지닌다. 기술이사회(TMB)는 ISO 내에서도 신규 표준위원회 설립 및 해산, 표준위원회 간 업무 조정, 의장국 임명 등 ISO의 표준 활동을 실질적으로 조율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핵심 기구에 한국이 연임함으로써, 앞으로 ISO의 기술 정책 방향 설정에 있어 한국의 목소리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한국은 이번 총회에서 ‘GPS 기반 개인 위치 서비스 기술’ 분야 표준위원회 설립을 제안하고, ISO 회원국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워크숍을 직접 주관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이는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국제 표준을 선점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캐나다, 이탈리아 등 주요국 표준화기관과의 협력 MOU 체결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국제 표준화 논의에서 한국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는 12월 개최 예정인 ‘국제 AI 표준 서밋’에 주요 인사들의 참여를 요청한 것 역시 인공지능 분야의 글로벌 표준 논의를 선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김대자 국표원장은 이번 ISO 기술이사국 연임을 통해 “국제 표준화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국제표준화기구에서 리더십을 가지고 국제사회가 신뢰하는 표준 강국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한국의 행보는 ESG 경영 확산과 함께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 환경 속에서 국제 표준화 논의를 주도하며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동력이 될 전망이다. 이는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한국의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표준을 선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