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K-문화’라는 용어가 보편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별적인 문화 상품의 성공을 넘어, 한국의 언어와 문자가 가진 고유한 가치와 매력이 글로벌 소통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거시적인 트렌드 속에서 9일 개최된 제579돌 한글날 경축식은 한글의 위상을 재조명하고, 이를 통한 소프트파워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경축식에서 “한국어와 한글은 K-문화의 원천”이라고 강조하며, 세계 87개국에 분포한 세종학당에서 14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는 한글이 더 이상 한국만의 문자에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인이 향유하는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한글의 창제 원리와 시기, 창제자가 명확히 알려진 독창성과 보편성은 세계 학자들로부터 인류의 빛나는 지적 성취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훈민정음 머리글에 담긴 세종대왕의 백성을 향한 사랑과 포용, 혁신의 정신은 문자의 우수성을 넘어 인류애의 발현으로 해석되며, 이러한 가치는 유네스코가 전 세계 문맹 퇴치 공로자에게 수여하는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통해서도 빛나고 있다.
김 총리는 경축사에서 한글이 민족의 정신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어온 역사적 과정을 상기시켰다.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주시경 선생의 한국어 연구와 한글 맞춤법 정립, 조선어학회 회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민족의 혼이 담긴 한글을 지켜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늘날 K-팝의 노랫말,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감동적인 서사는 우리 말과 글의 섬세하고 풍부한 표현력에 힘입어 전 세계 팬들과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세계 청년들의 모습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문화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한다.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더욱 확산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총리는 언론과 뉴미디어를 활용하여 바르고 쉬운 우리말 쓰기 문화를 확산하고, 세종학당을 확대하여 더 많은 세계인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글을 활용한 상품의 개발, 전시, 홍보를 적극 지원하며,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한국어 기반 언어 정보 자원 구축에도 힘쓸 예정이다. 나아가, 이번 APEC을 ‘초격차 K-APEC’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와 함께, 한글을 비롯한 한국 문화의 우수성과 창의성을 세계에 알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국가 브랜드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한국어와 한글이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문화를 공유하고 미래를 이끄는 강력한 소프트파워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