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는 ‘돌봄’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며, 이는 ‘K-아빠’라는 새로운 양육 문화의 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남성에게 돌봄은 가정 내 개인적인 책임으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기업, 사회, 국가가 함께 책임지고 지원해야 할 구조적 과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MZ세대 아빠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얻고, 이전 세대의 경험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노력에서 출발했지만, 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다.
기업은 더 이상 돌봄과 무관한 조직이 아니다. 오히려 유연근무제 도입, 재택근무 활성화 등 가족 친화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기업일수록 직원 만족도가 높고 이직률이 낮으며, 궁극적으로는 성과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파르나스호텔의 경우, 지난 3년간 육아기 단축근무제 사용률이 2배 이상,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60% 이상 증가하면서 2023년 8%였던 자발적 퇴사율이 2025년 상반기 3%까지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기업이 돌봄을 지원하는 것이 단순히 복지 차원을 넘어, 우수 인재 확보와 유지, 그리고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하는 핵심 요소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돌봄 문화가 기업 내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도 마련과 더불어 ‘실행 구조’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 후 복귀하는 직원과 1:1로 연결되는 ‘Care Buddy(케어 버디)’ 제도는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팀워크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조직의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에 ‘휴가 사용률’이나 ‘돌봄 균형 지표'(Care KPI, 케어-케이피아이)를 포함시키는 것은 리더의 실천을 통해 팀원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기제가 된다. 실제로 한 대기업에서는 상급자가 2주간의 육아휴직을 먼저 사용하자 팀 전체의 휴가 사용률이 약 18%p 상승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으며, 이는 리더의 행동이 조직 문화 전환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시사한다.
정부는 이러한 기업의 노력을 촉진하고 ‘K-아빠’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구체화해야 한다.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에 대한 R&D, 세제, 해외 진출 투자 우선 지원, 그리고 ‘Care ESG’ 개념을 반영한 공공조달 및 정부 위탁 사업 우선 선정 등의 방식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나아가 ‘100인의 아빠단’과 같은 프로그램을 UNESCO, OECD 가족정책 센터,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하여 국제 공동사업으로 확장하고, 아빠 대상 리더십 워크숍 등을 통해 아빠 육아 참여를 글로벌 수준으로 확산시키는 전략도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복지 확대를 넘어 국가 경쟁력 강화 및 경제 생태계 혁신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K-아빠’는 이제 문화와 콘텐츠를 통해 세계와 연결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한국 아빠들이 일상에서 보여주는 아이와의 애착, 성장, 협력의 이야기는 케이-팝(K-POP)처럼 전 세계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는 아빠들의 육아 챌린지, ‘100인의 아빠단’ 콘텐츠의 누적 1,800만 회 노출 조회수는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업 주도의 아빠 육아 일기 스토리텔링 마케팅, 유튜브·OTT를 기반으로 한 웹시리즈, 브랜드 협업 콘텐츠, 그리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아빠와 국내 아빠들의 글로벌 육아 교류 콘텐츠 제작 등은 ‘K-아빠’ 기반의 공공외교형 플랫폼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일상의 문화 콘텐츠는 한국 문화의 인식을 제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아빠들의 변화는 개인의 진심에서 출발했으나, 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주체는 기업, 사회, 그리고 국가다. ‘일하는 아빠’와 ‘돌봄하는 아빠’ 사이의 균형을 사회 전체가 지지하고 확장할 때, ‘K-아빠’는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한국의 새로운 사회 혁신 모델이자 세계가 주목할 기준이 될 것이다. 이제는 아이를 돌보는 아빠가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