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2026년 예산안은 단순히 경기에 대응하기 위한 일시적인 재정 확대가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 전환형 확장’을 표방하며 그 의미를 더한다. 총지출 728조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재정 기조는 인구구조 변화와 같은 구조적인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및 신산업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국가 경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빚을 내서라도’ 성장하겠다는 과거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빚을 감당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현실적인 타협점 위에 서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정책 방향 속에서 2026년 예산안은 주목할 만한 실천 사례들을 제시한다. AI 분야는 예산이 3조 3000억 원에서 10조 1000억 원으로 3배 이상 확대되었으며, 고성능 GPU 1만 5000장 추가 확보, ‘AX 스프린트 300’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AI 기술의 고도화와 산업 전반의 적용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또한,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3000억 원으로 증액하고 ‘ABCDEF(인공지능·바이오·문화콘텐츠·방위산업·에너지·첨단제조업)’ 분야 핵심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 투자한다. 이는 단순한 투자 확대를 넘어,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사회 안전망 확충 측면에서도 ‘모두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포함되었다.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만 7세에서 8세로 높이고, 청년미래적금 신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확대 등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계층 간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지역거점 국립대 육성, 지방 의료 및 교통 인프라 보강, 재난 대응 및 첨단 국방 투자 확대 등은 지역 균형 발전과 국가 안보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RE100 산단 구축, 전기차 전환 지원금 확대, 녹색 금융 강화 등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나타낸다.
한편, 이러한 확장재정 기조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연례성 행사·홍보성 경비 감축, 중복·저성과 사업 정비 등을 통해 약 27조 원을 절감하여 핵심 과제에 재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줄일 것은 줄이고, 키울 것은 키우는’ 체질 개선을 통해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러한 2026년 예산안은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AI 및 신산업 분야 투자 확대의 필요성을 제고시키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ESG 경영 확산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선도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물론, 총수입 증가율이 총지출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금리와 환율 변동성이 국채 조달 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AI 전환과 R&D 투자가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수출·투자가 회복되어 세입이 견조해진다면, 국가채무 비율 상승은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2026년 예산안은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와 현세대의 복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추구하며, 한국 경제의 질적 성장을 이끌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