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청년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고용 정책을 넘어, 한국 산업 생태계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 발표 이후 청년 고용률 하락, ‘쉬었음’ 청년 증가 등의 소식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갖춘 젊은 인재들이 노동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곧 새로운 산업 생태계 구축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필수적인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대목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산업 체계로의 대전환 시점에서 인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 중국 등 AI 강국에 비해 플랫폼 사업 모델 등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으로서는, AI 모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해낼 인재 양성이 ‘AI 3대 강국’ 도약의 핵심 과제임을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강조한다. ‘쉬었음’ 청년의 상당수가 최저 시급 이하의 급여, 열악한 근무 환경, 직장 내 괴롭힘 등을 견디지 못해 노동 시장을 이탈했다는 분석은, 단순한 일자리 수 부족을 넘어 ‘상식적인’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준다. 이는 또한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가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으로 전환되면서 발생한 소득 불평등 심화와도 맥을 같이 한다.

한국의 산업 구조는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IT, 데이터,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압축적 탈공업화’를 경험하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 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는 급증하며 청년 일자리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미국이 만든 산업 생태계의 생산 부문에 특화되어 ‘자기완결성’을 결여한 한국 제조업의 한계와 연결된다. 그 결과, 줄어든 제조업 일자리는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인 자영업 증가로 이어졌으며, 이는 소득 불평등 심화, 결혼율 및 출산율 저하, 그리고 고령화라는 사회 문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 및 초혁신 경제로의 대전환에 사활을 거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러한 대전환이 ‘괜찮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과거 30년간의 산업 정책에 대한 철저한 자기비판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산업화 경험이 선진국의 산업 생태계 일부를 수용한 ‘식민지형 산업화’였다면, AI 3대 강국으로의 도약은 ‘자기완결형’ 디지털 생태계 구축 없이는 불가능하다.

문제는 AI 모델 개발 역량과 AI 인프라를 갖추고도 이를 활용할 인재를 양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플랫폼 및 데이터 경제의 출발점이 취약하며, 획일주의, 줄세우기, 극한 경쟁 속에서 ‘모노칼라 인간형’을 배출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AI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이고 협력적인 인재 양성에 한계를 드러낸다. ‘위계(명령)와 경쟁’ 문화에 익숙한 인재들이 ‘분산과 이익 공유와 협업’을 중시하는 플랫폼 사업 모델과 이질적인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도체 사업마저 AI 대전환 과정에서 경쟁력을 잃고 2류 기업으로 전락한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결론적으로, AI 기반 산업 체계의 대전환 성공은 ‘인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 모델을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와 일거리를 창출하는 것은 결국 인재의 몫이며, ‘AI 3대 강국’ 역시 인재 없이는 불가능하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 국민 맞춤형 AI 교육’과 ‘쉬었음’ 청년에 대한 생활비 지원을 통해 ‘AI 전사 육성’을 청년 고용 부진 대책으로 제시한 배경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획일주의와 극한 경쟁 환경을 산출하는 현행 교육 시스템과의 ‘결별’이 필수적이다. 영국이 의회 민주주의 확립, 근대 은행 시스템 도입 등 사회 혁신과 더불어 교육 혁명을 통한 새로운 인재 육성으로 근대 산업 문명을 주도했듯이, 한국 역시 성공적인 AI 대전환을 위해서는 교육 혁명을 통한 ‘인재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 AI 인프라와 모델 강국임에도 청년 실업률이 높은 중국의 사례는 AI 교육만으로는 부족함을 시사한다. 또한, AI 전사들의 새로운 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모르핀’ 투입을 중단하고 ‘부동산 카르텔’과 결별해야 하며, 경제적 여유를 제공하기 위한 정기적 사회 소득 제도화가 절실하다. 이는 초혁신 경제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시드머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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