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요구가 거세지면서, 각국은 에너지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도 석탄 발전의 점진적 폐지를 가속화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정책의 변화를 넘어, 산업 구조의 재편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0월 10일, 김성환 장관의 서부발전 태안석탄발전소 방문을 통해 이러한 전환의 현주소를 점검했다. 이번 방문은 국내 최초로 새 정부의 석탄발전기 폐지 사례가 될 태안석탄 1호기의 가동 종료(12월 예정)를 앞두고, 폐지 추진 현황과 더불어 산업 현장의 안전 관리 실태를 면밀히 살피는 데 목적이 있었다. 특히, 발전소 폐지에 따른 인력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 상실 없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강조되었다. 태안석탄 1호기에서 근무하던 129명의 인력은 서부발전 본사 소속 65명은 구미 천연가스 발전소로, 협력업체 소속 64명은 태안 내 다른 석탄발전기로 재배치되어 고용 안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보여준다.

또한, 정부는 지난 6월 2일 발생했던 고 김충현 씨의 산업재해와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안전 강화 대책을 병행하고 있다. 사고 이후 정부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계와 고용안정 협의체 및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를 구성하여 현장 안전 강화와 노동자 보호를 위한 다각적인 노사정 협의를 진행해왔다. 김성환 장관은 “이번 태안석탄발전소 방문은 기후 위기에 대응한 녹색 대전환의 신호탄이자, 일자리도 반드시 지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알리는 첫걸음”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산업재해를 철저히 예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 단순히 환경 문제 해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과 안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임을 시사한다.

이처럼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는 단순한 에너지원 교체를 넘어,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기존 산업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회의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BNK금융그룹이 북극항로 개척을 포함한 신해양강국 도약 정책에 부응하며 관련 산업 및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은 이러한 변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조선,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는 글로벌 패권 경쟁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접근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APEC CEO 서밋을 통해 글로벌 수소경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금한승 제1차관이 청정수소 전주기 생태계 구축을 통한 탄소중립 가속화를 강조한 것 역시 미래 에너지 시스템 구축이라는 큰 틀에서 맥을 같이 한다. 수소는 이제 모빌리티를 넘어 산업 및 발전 전반의 핵심 청정에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APEC 지역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지속 가능한 수소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석탄 발전 퇴출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려는 우리 사회의 의지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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