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이행과 지속가능한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회적 약자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9월 9일(화)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개최된 ‘2025 중증장애인생산품 박람회—낯섦에서 일상으로’는 단순한 전시 행사를 넘어, 중증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 통합이라는 거시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실천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박람회는 ‘낯섦에서 일상으로’라는 주제 아래, 중증장애인 생산품이 더 이상 보호나 시혜의 대상이 아닌, 일상에서 당연히 소비되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박람회 현장은 개막과 동시에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공공기관 관계자, 일반 시민, 그리고 생산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상담, 관람, 구매,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직업재활 체험 부스에서는 종이 쇼핑백 만들기, 꽃 만들기 체험 등을 통해 참가자들이 생산 현장의 노동 강도와 섬세함을 직접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생산자들의 노력과 동료의 도움에 가까운 지원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경험을 공유했다. 완성된 쇼핑백에 새겨진 ‘일상으로’라는 문구는 중증장애인 생산품이 사회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했다. 체험에 참여한 한 청년 장애인 참가자는 “제 손으로 끝까지 해냈다는 성취감이 크게 다가왔다”며, “장애인 생산품을 특별히 사주는 물건이 아닌, 정직하게 만든 생활 속 제품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는 중증장애인 생산품이 가진 ‘일상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번 박람회는 중증장애인 생산품이 ‘맛, 품질, 가격’이라는 시장의 핵심 경쟁력을 바탕으로 증명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래그랜느 쿠키’ 부스에서는 HACCP 인증을 받은 위생적인 생산 공정을, ‘쌤물자리’ 부스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의 담백한 식품들을 선보였다. 또한, 구립강서구직업재활센터는 제설제와 세정제 등 산업 현장에서도 사용되는 제품들을 전시하며 ‘장애인 생산품=소품’이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불식시켰다. 제품 앞에 선 생산자들의 당당한 표정은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자부심을 여실히 드러냈으며, 관람객들은 동정이 아닌 실질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제품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중증장애인 생산품이 시장에서 독립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는 결과였다.
무대 위에서는 우선구매 유공자 포상과 다양한 협약식이 진행되며 미래를 향한 약속이 오갔다. 이는 어제의 성과를 기리는 동시에 내일의 판로를 열어가는 다짐이었다. 공공 조달 담당자와 생산 시설 종사자들이 납품 조건을 논의하는 현장의 대화 또한 높은 지향점을 공유하며 안정적인 수요와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박람회의 핵심 동력을 보여주었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제도’는 공공기관이 일정 비율 이상 해당 제품과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규정하며, 이는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기반이 된다. 이러한 제도적 지원과 더불어 시민들의 재구매로 이어지는 ‘신뢰’의 축적이 중요하며, 이번 박람회는 첫 경험을 다음 소비로 연결하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결론적으로 ‘2025 중증장애인생산품 박람회’는 ‘낯섦에서 일상으로’라는 주제를 구호가 아닌 현실로 만들어낸 의미 있는 행사였다. 쿠키 한 봉지, 누룽지 한 팩, 쇼핑백 하나가 누군가의 내일 출근을 가능하게 한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실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는 ESG 경영 확산이라는 더 큰 사회적 흐름 속에서 중증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 통합을 향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련 산업계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