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누적된 한국 노동시장의 고용불안정과 원하청 간 격차 심화 문제 해결을 위한 ‘노란봉투법’이 2026년 3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안은 상시적 구조조정 체제 속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열악한 근로조건과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 발생 등 기존 법체계로는 다루기 어려웠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며, 노사 간 소통과 교섭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노동 환경을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은 2013년,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을 실시한 노조에 대해 47억 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자 시민들이 노조원들에게 노란봉투에 담긴 성금을 전달했던 캠페인에서 유래했다. 이는 파업 관련 손해배상 및 가압류가 사실상 노조 활동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더 나아가 최근 조선회사 하청노조 파업에 대한 470억 원 손해배상 청구 사건은 원하청 간 심화된 격차와 하청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형해화된 단체교섭권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오랜 사회적 요구와 비극적인 사건들을 계기로, ‘노란봉투법’은 노동 현장의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오랜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개정 노조법의 핵심은 ‘사용자’의 개념을 확대하고 ‘노동쟁의’의 대상을 넓혔다는 점이다. 개정법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는 2010년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미 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사용자가 될 수 있다고 본 법리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역시 형식적 계약 관계 없이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주체를 ‘사실상의 사용자’로 인정하고 교섭에 응하도록 하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이와 더불어 개정법은 노동쟁의 대상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포함시킴으로써, 정리해고나 구조조정과 같이 노동자의 지위와 근로조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제한된 범위 안에서나마 노동쟁의 조정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여 대화와 교섭을 통한 해결의 길을 열었다. 이는 극단적인 노사 대립을 예방하고 조정 과정을 통해 갈등을 완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항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책임을 면책하고, 파업 관련 근로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개별화하여 과도한 부진정연대책임의 폐해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대항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면책하는 의미를 가지며, 조합원 개인의 손해배상책임은 각 개별적으로 판단하여 부과하도록 함으로써 과거 악용되었던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문제를 완화하고자 하는 취지다.

오늘날 노동시장 격차 문제는 전 세계가 직면한 과제이며, 각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입법적, 행정적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단체협약 적용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의무화하는 지침을 채택하기도 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우리는 과거와는 다른 사고방식으로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절실한 필요에 직면해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강화함으로써 이러한 오래된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중요한 발걸음이다. 하지만 법 개정은 단지 시작일 뿐이며, 법이 현장에 안착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섭 방식의 활성화, 노동자들의 강한 연대, 사용자의 열린 자세, 그리고 정부의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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